공유시대의 주차장 공유 서비스
모처럼 찾은 휴식.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하러 가려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꽉 막힌 도로 사정은 둘째치고 가는 주차장마다 차량이 가득하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주변 공영주차장을 돌고 돌아, 겨우 한 자리를 찾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면서 가장 힘든 건 운전이 아니라 주차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2019년 6월 말, 대한민국의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18년 말과 비교해 약 1.0% 증가했다고 한다. 숫자로 따지면 약 24만 대 정도. 인구 2.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2월 말에는 인구 2.19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집계 발표가 있었다. 단 6개월 만에 차량 구매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대중교통보다 자동차 이용자를 더 늘게 했고 주차장 상황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사람이 많은 곳을 가야 할 때면, 주차장 걱정부터 앞섰다. 차라리 차를 두고 가는 편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할 정도로 주차는 그야말로 부담의 대상이 됐다.
#1. 토론해도 끝이 없는 주차장 부족 문제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도심 주차장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행사가 있거나 주말이면 도로가 정체되는 건 물론이고 도로 곳곳에 ‘차를 댈 만한 곳’은 전부 불법 주정차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불법 주정차가 잘못되었다고만 할 순 없었다. 대부분은 차를 댈 만한 주차장을 찾지 못해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주차장이 부족할 때부터 나왔지만, 마냥 주차장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심 속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재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령 주차장을 무한대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량 진입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생각하는 대로 주차장을 짓기 쉬운 일은 아니다.
주차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때마다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주차장을 짓기보다는 대중교통을 장려해야 한다든가 공터를 주차장으로 활용해 주민 수익을 올린다든가 1인용 모빌리티 보급을 더욱더 확대하자는 등의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인 것은 일부는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점차 개선되어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 차도 같이 쓰는 세상, 주차장도 공유하자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이 공유되었지만, 기존에 차량 소유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 보였다. 특히 거주지 주변의 주차 공간 부족 문제는 불법 주정차를 무분별하게 양산해 도로 사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서울시가 내놓은 제안은 현재 운영되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같이 쓰는 공유 주차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은 해당 구역에 배정받은 운전자만 차를 댈 수 있는데, 배정받은 운전자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출근 시간이 9시부터 6시로 정해져 있는 운전자가 주차 공간을 비웠을 때, 해당 지역을 방문한 누군가가 해당 주차 구역을 대여하는 방식이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공유해서 얻은 결과, 평균 공유 횟수가 1대 미만에서 50.45대로 대폭 늘어났다. 서울시 서초구에서 처음 시작된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 모범 사례는 서울시는 물론이고 전국으로 번져 주차 공간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지금도 잘 활용되고 있다. 차도 같이 쓰는 세상, 주차장도 공유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3. 공유주차시스템으로 스마트하게
물론, 처음부터 주차장 공유가 빠르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미 해당 주차장은 누군가 배정받은 주차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배정받은 운전자에게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배정받은 운전자가 원하는 시간대를 사용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는 공유하도록 어떻게 유도할까? 정답은 지정된 시간을 설정하고 주차 공간을 공유해 부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ARS 방식이나 앱을 통해 빈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서 빈자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배정된 운전자는 소소한 수익까지 올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공유 주차장으로 활용한 효과가 큰 결과, 서울시는 기존 주차장 공간도 공유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주택 공간의 담장을 허물어 빈 주차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사물인터넷 기반의 공유주차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주차장 바닥 면에 센서를 부착해서 차량 유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공유주차 앱을 통해 주차면 이용 여부, 예약,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주택 주차장뿐만 아니라 기업, 학교, 아파트 등 주차 공간이 있는 어디든 공유주차시스템만 설치하면 서울시 거주자 우선 주차장처럼 공유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1시간에 600원~1,200원 정도로 기존 주차장 이용 가격보다도 저렴해, 이런 시스템이 진작 도입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4. 주차장 공유가 해답일까?
지정된 주차 공간을 공유하면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다. 배정된 운전자가 사용하지 않을 때, 주차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주차하게 되면서 교통 체증을 줄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주차장 신설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무엇보다 배정된 공간을 공유하면서 주민에게도 일부 수익이 공유돼 주차장 공유를 더욱더 활발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유 주차장이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키는 아니다.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외부인, 자동차 유입이 더욱더 늘어날 것이고 통행량 증가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 또, 공유받은 이용자가 주차장 이용 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공유자와 대여자 간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공유하는 주차장도 배정받은 위치에 따라 공유 횟수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차량 진입로에 가까운 곳일수록 더 자주 공유될 것이고 그에 따른 혜택 배분에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다.
도심 속 주차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속을 썩여 왔던 문제였는데, ‘공유’와 ‘기술’이 만나니 효과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주차 문제의 숙제는 많겠지만, 공유주차시스템의 보편화가 활성화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부족한 주차 공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