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디젤차”. 디젤차는 위기를 맞았다.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알려지면서 디젤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9년 3월에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 과정에 따라 환경부는 2040년까지 우리나라 가솔린, 디젤을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한다는 내용까지 발표했다. 이어 2020년 7월에는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을 제시하며, 서울시에는 2035년까지 모든 내연기관차 신규등록을 금지하고 녹색교통지역 내 모든 내연기관차 운행을 제한한다고 한다.
서울시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도 내연기관차의 규제는 점점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디젤차는 점점 더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1. 세계적인 디젤차 규제
디젤차의 규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은 2015년 V사의 ‘디젤 게이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 대국의 브랜드 V사가 디젤 엔진 배출 가스 양을 조작해서 판매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디젤차의 환경오염 이슈는 증폭됐다.
설상가상으로 V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차량들 역시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 또는 내연기관차 생산 규제에 발목을 잡았다. 2019년 독일은 일부 도시 노후 디젤차 운행을 금지했고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2025년을 목표로 디젤차 운행을 완전히 금지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역시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특히, 유럽 연합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줄이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정책에 합의하기도 했다.
디젤차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함께 친환경 차량 구매를 증진하기 위해 각종 혜택과 대중교통 역시 전기차, 수소 전기차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2. 디젤차가 규제되는 이유
디젤차는 낮은 온도에 발화할 수 없어 고온, 고압의 환경이 필요하다. 꽉 눌러 담은 공기를 마치 펑 터뜨리듯 압축해서 힘을 내는 것이 디젤 엔진의 원리다. 이로써 적은 연료에도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탄소 원자 10개 이상이 결합해 있는 디젤은 완전연소가 어렵다. 압축된 연료는 강한 힘을 내뿜지만, 연소하고 남은 것들은 유해물질이 되어 차 밖으로 배출된다.
그때 디젤차에 ‘클린 디젤’이라는 이미지를 씌워 준 것이 바로 V사이다. 연비와 힘 좋은 디젤차에 각종 오염물질 필터와 장치를 달아 획기적으로 오염물질을 감소시켰다. 연비도 좋고 오염물질도 적다면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클린 디젤은 날개를 달고 밝은 미래를 꿈꾸는 듯했다.
그러나 V사 디젤 게이트에 연이어 유명 제조사들의 배기가스 조작이 알려지면서 디젤차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특히,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의 과배출로 인해 디젤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신뢰를 잃은 디젤차에게 그 밝던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차, 수소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의 등장은 디젤차의 설 자리를 사라지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 규제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논란이 됐던 질소산화물을 규제에 맞게 줄일만한 기술이 올라오지 못했다. 특히, 많은 제조사가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의 기준을 통과하기 버거워했으며, 2021년 말에는 유로7 초안이 발표될 예정이라 규제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3. 이대로 멈출 것인가?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따라 내연기관차 생산은 축소될 것이고 향후 10년 내로 도로 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모습을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디젤 엔진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곳이 있다. 디젤차의 흥망성쇠를 주도한 독일이다.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규제 수준에 맞춰 디젤차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B사가 만든 질소산화물 감소를 위한 장치는 질소산화물을 크게 낮추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게다가 친환경 연료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디젤 개발은 디젤의 어두운 미래에 빛줄기가 되어 주고 있다. 바이오디젤 사용 시 배기가스와 탄소배출 감소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유럽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률을 장기적으로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
#4. 디젤차의 미래
디젤차의 미래가 밝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진행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인 디젤, 가솔린은 이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디젤차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도 없다.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전면 보급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며, 전기차가 양산된 만큼 쏟아져 나오는 배터리 폐기물 역시 처리할 기술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상용화 보급이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10년이 된 2022년 전후로 폐배터리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배터리 재활용 사업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22년 전후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폐배터리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처리되지 않은 배터리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친환경 자동차로 가는 길에 디젤차가 다시 대세로 떠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과도기에 디젤차가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디젤 연료와 환경 규제에 맞게 배기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기술력 등 친환경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 디젤차는 또 다른 모습으로 공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