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과 전기차 시장의 미래
지난 1월, 노르웨이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추월했다.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의 50%를 넘긴 건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노르웨이 자동차 시장만큼 전기차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3월에는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 1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한다.
2040년이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으리라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20년 내 자동차 2대 중 1대는 전기차라는 소리! 실제로 2020년 당초 계획했던 판매 대수 170만 대보다 약 130만 대를 더 판매한 300만 대가 팔렸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악조건에도 가파르게 판매 대수를 늘려가고 있는 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을까? 뛰어넘는다면 언제쯤이 될까? 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궁금한 것들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1. 내연기관 시장의 미래
우리나라는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가 자동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가 친환경 자동차이자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충전 인프라, 충전 시간, 차량 가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2019년 한국교통연구원이 성인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소비자의 66.3%가 미래에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비구매할 것이라고 밝힌 소비자는 예상했던 대로 충전 인프라나 차량 가격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 뜻은 전기차 인프라나 배터리 기술이 더 좋아진다면 수요가 늘고, 곧 차량 가격 하락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전기차 구매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모두가 먼 미래에는 전기차로 전환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자동차 업계의 전문가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전망을 길게 내다봤다. 2019년에 한국자동차공학회는 2030년에도 세계 자동차 시장의 90%는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며, 친환경차라 불리는 전기차, 수소차 점유율이 10년 뒤에도 1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구축해온 자동차 시장의 산업 생태계가 단기간에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점과 내연기관의 탄소 배출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력 생산이 과연 친환경일지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지금보다는 분명 작아질 것이다. 과거에 말이나 마차를 타던 시대를 지나 내연기관 자동차로 옮겨 갔듯이, 내연기관 자동차 역시 과도기를 겪고 전기차로 시장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마치 당장이라도 다가올 것 같은 전기차의 시대를 말하기에는 내연기관 시장이 여전히 견고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 시장의 미래가 완전히 불투명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2.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은?
전기차가 시장의 대세로 전환되는 시점은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매년 예상했던 수치를 깨고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보조금 상황에 따라 판매량이 갑작스럽게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 보급에 있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전 세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축 목표를 내세우고 있고 보조금 및 전기차 혜택 정책을 강력하게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2030년쯤 전기차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많은 국가가 30년 전후로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는 로드맵을 제시했고 유럽이나 미국 역시 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세웠다. 때문에 친환경 인프라가 단계적으로 확충되면 전기차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이 100달러 이하가 되었을 때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시점이 30년 정도라고 한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시점부터 보급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3.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이 되는 요소
전문가들이 2030년을 전기차의 완전 대체나 보급률 50% 이상 등으로 단정하지 않고 ‘전환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가 되는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요소로 크게 두 가지를 언급한다.
첫 번째 요소는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데, 배터리를 만들 때 사용되는 부품이 ‘리튬이온’이다. 예를 들어, 한 번 충전으로 1,000km를 가기 위해서는 약 1톤가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필요하고, 배터리에는 약 150kg의 리튬이 소요된다. 이 많은 리튬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가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리튬 매장량은 특정 국가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으로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배터리에 필요한 금속 코발트 역시 특정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리튬은 물론이고 코발트 역시 배터리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다소 희망적인 것은 리튬과 코발트 부족 문제를 배터리 제작 시 함께 들어가는 니켈로 비중을 바꾸거나 다른 대체 원재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4. 내연기관을 대체할 것인가, 공생할 것인가
내연기관의 퇴출 예고는 몇 년 전부터 계속됐다. 내연기관이 배출하는 탄소는 우리 사회의 환경오염 문제의 큰 요인 중 하나였고 이러한 이유로 활성화된 것이 바로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모든 국가가 전기차나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재해 있는 각종 문제가 전기차 보급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면, 자동차 산업은 물론이고 에너지 산업에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전기차 보급 과정에 있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하나씩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구를 되살리고자 하는 움직임 역시 멈춰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전기차가 가는 길이 무조건 옳다는 식의 관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의 안정적인 보급이 이뤄지기까지 내연기관으로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과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내연기관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을 섣불리 예측하기보다는 문제점을 하나씩 지우고 안전하고 원활한 전기차 보급을 위해 슬기로운 공생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