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 신용평가 체계가 점수제로 바뀌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1~10등급으로 나눠 구간별로 묶였던 것이 1~1000점으로 세분화됐다.
이전 신용등급에 따라 제공되던 획일적인 금융 서비스는 리스크 평가가 세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등급 간 이른바 '문턱 효과(일단 문턱 높이까지만 올라가면 효과가 발휘되는 현상)'가 발생했다.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턱 효과는 세금과 관련하여 부득이한 조치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신용점수제의 변화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고자 한 것이다.
신용등급제와 신용점수제, 말만 들어서는 헷갈릴 수도 있다. 간단한 예시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신용등급이 7등급 상위에 속하는 a 씨가 A, B, C 세 곳의 은행에 대출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만약 A, B, C 은행은 6등급 이상부터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a 씨는 대출이 불가하다.
하지만 이를 신용점수제로 변환하여 a 씨의 신용점수가 665점이고 A 은행은 670점 이상, B 은행 665점 이상, C 은행 660점 이상부터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면 두 곳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즉, 금융회사가 세분화된 대출심사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신용등급에 따라 획일적으로 대출이 거절되지 않고 불이익을 보다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카드 발급 기준도 신용등급 6등급 이상에서 신용점수 680점 이상(나이스신용평가 기준)으로 바뀌었다. 신용점수제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신용이 높을수록 1,000점에 가깝고, 점수와 함께 2개의 지표가 추가된다.
1. 상위누적 구성비(%) : 전 국민 대비 나의 신용점수 순위를 %로 표현한 것, 0~100% 사이로 표현되며 0%에 가까울수록 좋다.
2. 장기연체 가능성(%) : 대출을 했을 때, 1년 안에 3개월(90일) 장기연체를 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 0.01% ~ 2.00% 사이로 표현되며, 숫자가 작을수록 좋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신용카드 발급 조건이다. 신용등급 6등급 이상만 신용카드 신청이 가능했으나, 신용점수제로 바뀌면서 상위누적 구성비 93% 이하, 혹은 장기연체 가능성 0.65% 이하의 경우만 카드를 발급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서 카드 소비패턴이 중요하다. KCB는 카드 소비 패턴을 포함한 신용거래 형태(33% ⇒ 38%) 비중을 크게 늘렸는데, 나이스평가정보도 신용 형태 비중을 25.8%에서 29.7%로 조정했다.
즉, 적정 수준에서 무리 없이 소비하는지가 더 중요한 항목이 되었고, 일시에 카드 결제액이 늘었다가 오히려 연체를 하게 되면 신용점수에 치명적인 것이다.
중금리 대출의 경우 기존 신용등급제에서는 4등급 이하면 중금리 대출 시 신용공여, 즉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해주는 대출 서비스 한도 우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용점수제의 변화로 나이스평가 정보 기준 859점, KCB 기준 820점 이하가 우대 대상이다.
점수제 전환으로 인해 공과금 납부 정보, 온라인 쇼핑, 자동차 운행, SNS 정보 등 기존에 활용되지 않았던 비금융 정보의 활용이 커졌다. 이는 신용 거래 이력이 없어서 신용 등급이 낮게 나왔던 학생, 사회 초년생 등 신용등급제에서 불합리한 신용평가 방식을 개선하고자 함이다.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에서는 금융업권 정보의 반영 비율이 낮고, 보유 대출 금리의 반영 비율이 높다. 즉,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는 문제점이 보다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금융권에서 신용점수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신용점수 조회'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신용점수제를 확인하는 고객들에게 맞춤으로 금융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신용점수제로 문턱 효과가 사라지고 사회 초년생, 학생, 주부 등 신용 거래 이력이 없는 사람들도 합리적으로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까다롭게 바뀐 신용점수제, 혹시 당신의 점수가 낮다 하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균형 잡힌 소비습관으로 꾸준히 조금씩 관리해 나간다면, 분명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현명한 금융 생활을 위해 지금부터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