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이유
건물 주차장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된다. 주차장에서 사고가 났었던 것도 아니고 딱히 잘못한 것도 없지만, 운전대를 잡은 손이 조심스러워진다. 타이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건물 주차장만 들어서면 민망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조용히 지나가는가 하면, 어떤 때는 시끄러운 굉음을 내면서 요란을 떤다. “타이어 점검을 받아야 하나?”, “차 점검을 다시 받아야 하나?”, “타이어가 마모되어서 수명이 다 된 건가?”. 별별 생각을 하다가 몇 시간 뒤 돌아오면 금세 그 사실을 잊곤 한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타이어에 큰 문제가 없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주차장을 이용할 때마다 그 궁금증이 가시질 않는다.
#1. 건물 주차장 바닥은 다르다
타이어가 요란한 소리를 낼 때는 대부분 건물 주차장 안에 들어갈 때다. 아스팔트가 깔린 외부 주차장이나 도로 갓길 주차장을 이용할 땐, 이런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데 유독 건물 주차장에 들어설 때면 소리가 난다. 그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건물 주차장 바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부 주차장은 주로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바닥면으로 되어 있는 반면에 건물 주차장 바닥은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건물 주차장 특성상 먼지 발생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아스팔트보단 깔끔하게 포장된 페인트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페인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 도료가 아니라 ‘액체형 우레탄 도료’ 또는 ‘에폭시 페인트’로 색만 입히는 도료와는 기능이 다르다. 두 도료는 탄성이나 휨에 강하고 매우 단단한 게 특징이다. 게다가 방수 기능도 좋아 주로 주차장 바닥면에 활용되는 것이다.
#2. 타이어의 비명은 비명이 아니다
건물 주차장에서 코너를 돌 때면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난다. 그냥 핸들만 조금 꺾었을 뿐인데, 어찌나 요란한지! 다행히 이 소리는 타이어가 손상을 입어 나는 비명이 아니라 타이어가 도료가 만났을 때 마찰 계수가 낮아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 소리다. 오히려 타이어 손상을 방지해서 수명 연장에는 더 좋은 편이다.
타이어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바닥면을 주행하거나 회전할 때 손상도가 훨씬 심하다. 다만, 페인트 특성상 비가 오는 날이나 바닥에 물이 있을 때는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3. 주차장도 아닌데, 타이어 소리가 이상하다
혹시 당신의 타이어가 주차장 바닥면과 생기는 소리가 아닌,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도로에서도 소리가 난다면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타이어 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휠과 타이어의 불균형한’이다. 휠과 타이어는 한 몸처럼 딱 맞아야 하는데 외부 충격이나 특정한 요인으로 불균형해진 상태일 경우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휠 얼라이먼트 교정으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타이어 한쪽에서만 소리가 난다면, ‘편마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편마모는 잘못된 주행 습관으로 생기는데, 제동 성능과 배수 성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점검 후 타이어 교체나 위치 교환을 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공명음, 타이어 노이즈, 튜닝에 의한 타이어 돌출 등의 원인이 있다. 타이어의 문제는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소음이 생길 때는 원인이 무엇인지 기본 점검을 통해 주의하는 것이 좋다.
타이어 비명이 딱히 문제 되지 않는다는 건 참 다행이지만, 그 비명이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주차장 표면은 항상 미끄러운 상태이므로 급제동 시 제동거리가 길어져 사고가 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이나 차가 섞여 다니기 때문에 주변을 잘 살피면서 서행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주차장만 들어가면 타이어가 울부짖는 소리에 민망하기도 하고 뭔가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은 사라졌겠지만, 그보다 더 신경 써서 챙겨야 할 건 언제나 '안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