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는 ‘지각 장마’라고 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에 있으면서 정체전선의 북상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던 것은 아니다. 남부 지역엔 사상자가 나올 정도로 심한 폭우가 쏟아져 내렸고 곳곳에서 침수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 예년보다는 ‘짧은 장마’에 그칠 것이라고 예보되었지만, 최근 들어 이상 기온 현상이 심해진 점을 고려해 보면 장마뿐만 아니라 태풍에도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장마철과 태풍이 오는 시기에는 차량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1년 전, 지난해 7~9월 엄청난 비로 ‘역대급’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와 태풍으로 접수된 차량 건수만 2만 1194건. 올해도 예외는 아닐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장마철, 태풍이 시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피해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보자.
#1. 태풍이 온다, 어떻게 대비할까?
짧은 장마가 지나가고 이르면 8월, 늦으면 9월 즈음엔 태풍 소식이 들린다. 올여름 태풍은 평년 수준으로 2~3개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상 기온 현상이 심해지면서 매년 찾아오는 태풍도 그만큼 강력해지는 듯하다. 태풍은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를 쏟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침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되도록 차량 내 귀중품이나 중요한 물건은 꺼내 두는 것이 좋다.
거센 바람이 불면 주변 구조물이 떨어지거나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차량 파손은 물론이고 침수가 우려된다면 실외보다는 실내, 지하보다는 지상 주차를 권한다. 주행 중 강풍이 불 때는 감속 운전이 필수다. 젖은 노면에서 제동거리가 약 1.8배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강풍으로 차선 이탈, 중앙선 침범 사고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비와 바람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감속하여 안전 운행한다. 장마에 연이은 태풍은 도로 곳곳에 포트홀을 유발한다. 포트홀에 바퀴가 빠지거나 중심을 잃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더욱이 감속 주행에 신경 써야 한다.
또한, 화물을 실은 차량 주변 주행은 피한다. 강풍, 폭우 시 적재물이 갑작스럽게 떨어질 수 있고 빗길 사고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형차나 화물차가 있을 때는 빨리 비켜 가는 것이 좋다. 화물차나 대형차를 운행하시는 분이라면 끝 차선을 이용하도록 한다. 침수가 잦은 지역이라면 ‘자기 차량 손해 담보(자차)’에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자차 보험 가입 시 태풍, 홍수, 차량 침수, 파손 등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운전자 과실에 따른 피해 보상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운행 제한 구역이나 침수 지역에 주차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2. 태풍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도로 주행 중 침수가 예상될 때는 저지대, 철도 교량 등은 우회하는 것이 좋다. 물이 고여 있을 시 승용차 기준으로 타이어 절반 이하 정도는 지나가도 된다. 다만, 침수 상황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회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물을 통과할 때는 20~30km/h를 준수하고 에어컨 스위치를 끄고 팬 모터 손상을 방지한다.
갑작스럽게 물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면, 자동차 전자장치가 멈출 것을 대비해 미리 창문을 내리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 주행해야 한다. 차량 내부 손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다행히 안전한 곳에 세울 수 있게 됐다면, 전원 장치를 끄고 시동을 걸지 말아야 한다.
태풍으로 경미한 정비가 필요할 때는 두 군데 이상 정비소를 방문해 견적을 받아보고 정비 내역 확인 후 결정한다.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제134조에 따르면 정비 전 견적서를 교부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므로 견적서를 먼저 받아 과잉 정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차량이 침수되었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침수차는 아무리 정비를 잘해도 고장 나거나 고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크다. 또한, 차량 부식도 빠르다.
폭우, 태풍 등으로 자동차가 침수 및 파손되어 불가피하게 차량을 2년 이내 대체 취득할 경우 취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장이 발행하는 자동차 전부손해 증명서를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발급받아 증명한다. 대체 취득의 경우 폐차증명서에 의거해 폐차하고 새로운 차량을 취득하거나 손해보험사가 피해차량을 인수해 갔음이 입증된 경우에 인정된다.
#3. 태풍, 폭우 대비 자동차 점검 사항
운전 시 많은 비가 쏟아지면 시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평소에 잘 보이는 것도 놓치기 쉽고 차선 이탈이나 포트홀에 갑작스럽게 빠지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장마, 태풍, 폭우 등 예보되었다면 미리 앞 유리와 와이퍼를 점검해 놓는 게 좋다. 특히, 와이퍼의 수명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라는 점을 참고하여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는 게 좋다.
비도 오고 날도 덥고. 차량 내∙외부 온도 차가 심할 때는 유리에 김 서림이 생길 수 있다. 김이 서리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생기기 때문에 시야 방해가 될 수 있다. 미리 김 서림 방지제를 뿌려 놓거나 에어컨, 열선 작동 여부도 점검해 두는 것을 권장한다.
빗길 운전은 미끄러지기 쉽다. 감속 운전이 기본이긴 하지만, 타이어 마모 상태에 따라 미끄러짐이 더욱 자주 발생할 수 있으므로 타이어 마모 상태 및 공기압 체크도 잊지 말아야 한다. 타이어 마모 한계선을 미리 확인하고 공기압은 적정 공기압에 맞춰 주행하자. 쏟아지는 폭우로 혹은 당신의 차가 침수되었다면, 위 내용을 참고해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