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발을 사면 마치 남의 신발을 신은 것처럼 어색하다. 발뒤꿈치가 까지기도 하고 발가락이 불편해서 빨갛게 퉁퉁 붓기도 한다. 그렇게 몇 번을 신고 나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내 발 모양에 맞게 길들여진다.
새 신발을 사서 내 발에 맞게 길들이는 것처럼 자동차의 신발인 ‘타이어’도 길들이기가 필요하다. 타이어를 어떻게 길들이느냐에 따라 주행 환경이나 타이어 수명이 달라질 수 있다.
# 새 타이어, 어떻게 길들일까?
타이어를 길들인다는 건 ‘타이어를 균형 있는 마모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말과 같다. 새 타이어는 ‘새것’이라서 더 단단하고 견고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타이어 겉면이 매끄럽고 무른 편이다. 그래서 일정 기간 주행을 통해 타이어 온도를 높이고 마모해서 타이어의 주재료인 고무를 비롯해 여러 구성 물질이 제대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무로 된 ‘껌’을 생각해 보면 쉽다. 껌은 씹으면 씹을수록 질겨진다. 타이어도 주행 중 발생하는 온도 변화로 인해 고무 성질이 더욱 단단해진다. 타이어 제품마다 타이어 길들이는 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300~600km를 정속 주행하며 길들인다. 주행과 정차를 반복하면서 타이어 온도에 변화를 줘서 질기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간혹 급제동이나 급가속을 하면 차량은 물론 타이어를 길들이는 데 좋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급제동, 급가속은 타이어 마찰력을 갑자기 높이는데 이때 타이어 트레드에 편마모를 유발하고 접지면을 변형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브레이크 디스크 손상의 원인이 되므로 새 타이어를 길들일 때는 급제동, 급가속은 지양하고 ‘정속 주행’이 정석이라는 사실! 기억하자.
# 제조 날짜도 가까운 게 좋다?
제품을 구매할 때 제조 날짜가 ‘최신’인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의외로 타이어는 제조 날짜가 가까운 것보다는 3~6개월 정도 지난 제품이 좋다. 타이어는 고무를 비롯해 카본, 화학 제품, 원단 등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각각 다른 재료들이 섞여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재료들이 서로 결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숙성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새것이 안 좋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제조 날짜가 최신인 것만 찾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건 새 타이어로 교체했을 때는 어느 정도 길들이는 시간을 통해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타이어 관리 Tip
급제동, 급가속은 지양
급제동, 급가속은 지면과 타이어 마찰력을 높이므로 타이어 마모 시기를 앞당긴다. 게다가 타이어뿐만 아니라 자동차 성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더불어 과도한 코너링, 비포장도로 주행도 주의가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타이어 위치 교환
자동차의 무게는 엔진이 있는 쪽이 더 무겁다. 그래서 타이어가 마모되는 속도도 무거운 쪽이 조금 더 빠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네 바퀴의 타이어 위치를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타이어 교체 후 6개월 혹은 1만 km 주행 거리마다 앞뒤, 크로스로 교환해 주는 것이 좋다. 더불어 자동차 바퀴와 위치, 방향 각도를 맞추는 휠 얼라인먼트도 점검도 6개월~1년에 한 번씩 받는 게 좋다.
정지 상태에서 핸들 조작주의
과거에는 정지 상태에서 운전대를 조작하면 스티어링 휠과 관련 부품에 부담을 줬다. 그러나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이 적용된 후로는 부품 손상에 심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이어는 지변과 맞닿은 상태로 마모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되도록 정지 상태에서는 핸들 조작을 하지 않는 게 좋다.
# 적정한 타이어 교체 주기는?
타이어 교체 주기는 통상 4~5만 km 주행했을 때 교체한다고 한다. 그러나 주행 조건이 운전자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주행 거리보다는 타이어 마모 상태에 따라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체 주기를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타이어 ‘마모 한계선’을 확인하는 것이다. 마모 한계선은 말 그대로 타이어가 정상적인 제동을 할 수 있도록 한계치를 정해 놓은 것이다. 마모 한계선이 홈 안쪽에 있다면 ‘정상’, 홈과 비슷한 수준에 걸쳐 있다면 교체 시기로 봐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마모 한계선과 무방하게 타이어 교체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핸들을 조작할 때 타이어 소리가 나거나 주행 중 부드럽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교체 시기를 점검해 봐야 한다. 타이어의 주재료인 고무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경화현상이 발생하고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생산한 지 4~5년 된 타이어는 제조 당시보다 성능이 약 7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타이어 교체 시기는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타이어 관리 상태와 구매 시기 등을 고려해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의 무게를 온전히 버텨내는 타이어. 내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인 만큼 이번 기회에 보다 관심을 가지며, 타이어 관리에 힘써보는 것은 어떨까. 간단하지만 번거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주행 전 타이어의 상태를 확인해보는 습관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