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대캐피탈 Aug 25. 2021

레이어드 홈, 집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다

코로나19는 많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플랫폼의 성장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플랫폼은 배달, 온라인 쇼핑, 커뮤니티가 아닌 ‘집’인데요. 코로나19를 피해 공부, 업무, 운동, 취미 활동까지 모든 활동이 주로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회의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사가 ‘--’ 순서로 확대된다고 합니다. 즉, 패션과 외모에 신경을 쓰다가 그 후에는 먹방채식 같은 식생활 관여가 커지고 마지막으로 주거에 대한 관심이 강해지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패션외모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 즉, (衣)와 식(食)을 넘어 주(住)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언제 폭발할 것인가가 그동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한국 소비 시장에서 주거에 대한 관심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확장된 주거 기능, 레이어드 홈


집콕 생활로 집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집의 기능이 확장되고 단순히 기존의 ‘주거’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으로의 확장이 이루어졌습니다. 홈 카페, 홈 캠핑, 홈트 등 집 안에서도 외부의 활동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게 된 것이죠. 이러한 현상을 여러 층위의 모습을 가진 집이란 뜻으로 ‘레이어드 홈’이라고 합니다.


옷 여러 장을 걸쳐 입어 코디하는 패션을 ‘레이어드 룩’이라고 하는데요. ‘레이어드 룩’처럼 집의 기본 기능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것이 레이어드 홈입니다. 레이어드 홈은 기본 레이어, 응용 레이어, 확장 레이어 등 세 가지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기본 레이어는 식사하고 잠자고 휴식을 취하는 집의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반강제적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휴식, 수면 등 원래의 안식처로서의 집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교체 주기 축소’와 ‘고급화’입니다. 침대, 소파, 책상 등의 내구재는 다른 소비재에 비해 교체 주기가 긴 편이었는데요. 레이어드 홈 트렌드에서는 내구재를 교체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내구재에서 얻는 효익도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응용 레이어는 갤러리, 영화관, 카페처럼 집 밖에서 이뤄지던 활동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응용 레이어에서의 주요 화두는 ‘새로운 공간 확보’와 ‘솔루션화’ 인데요. 확장하는 것이 당연했던 발코니 공간도 홈 캠핑, 홈 카페로 꾸미는 등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새로운 솔루션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요. 설치하면 어떤 공간도 운동 공간으로 변신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스마트 미러’가 대표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확장 레이어는 편의점, 빨래방 등 집 근처 시설을 이용해 집의 기능이 집 근처, 인근 동네로 확장되는 단계를 뜻하는데요. 재택근무 시대에는 집과 지하철이 가까운 ‘역세권’ 개념보다 집 안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부족한 것들을 집 근처에서 해결하는 ‘슬세권’ 개념이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집 근처에 기분 전환할 카페가 있는지, 급할 때 뛰어가 장을 볼 수 있는 편의점이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죠.




레이어드 홈의 고급화 현상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홈 카페, 홈 짐, 홈 갤러리처럼 집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응용 레이어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림을 렌털하고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갤러리 대표는 그림을 렌털하는 고객 수가 전년 대비 5배 늘었고, 특히 고가의 그림을 렌털하거나 구입하는 비율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레이어드 홈 현상에서 가장 눈 여겨볼만한 특징은 고급화 현상인데요. 코로나19 전부터 시작된 레이어드 홈 현상이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최근에는 고가 명품 가구를 구입해 공간을 프리미엄 하게 바꾸는 비율이 늘었다고 합니다. 수천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거나 유럽의 명품 가구 브랜드를 구입하는 등 주거의 고급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단순한 공간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력 확보를 중심으로 생존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과거 단순 주택 사업에만 치중했지만 레이어드 홈이 유행하고 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자 더 좋은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죠.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자동 청소기, 조명, 에어컨 등을 쉽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거주자가 직접 공간을 구성하여 홈 오피스, 홈 카페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변신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건설사들의 자신들만의 시그니처 커뮤니티 시설도 눈에 띄는데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피트니스 시설, 사우나, 북 카페 등을 제공하면서 응용 레이어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홈 루덴스’ (Home Ludens)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에서 파생된 말로,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MZ 세대의 홈 루덴스 성향과 펜데믹이 더해져 일과 여가가 집으로 이동하며 홈 루덴스라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죠.




"미래의 집은 단순히 집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로 유명한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 연구소 소장이 한 말입니다. 프레이 소장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간 의미 변화를 앞당겼다고 하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집의 새로운 역할들이 재조명되며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했습니다. 이제 ‘집’은 단순히 밥을 먹고 잠자는 ‘하우스’에서 다양한 의미를 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인 것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Z세대의 마음을훔쳐라,롤코라이프&숏케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