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
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세대인 Z세대는 많은 소비 트렌드를 바꿔왔다. 이전 세대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기성세대와 기업들을 놀라게 하는데, 일명 롤러코스터를 타듯 자신의 삶을 즐긴다는 뜻으로 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일명 ‘롤코라이프’라고 칭하고 있다.
놀이동산을 상상해 보자면, 인기 있는 놀이 기구엔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모여들듯 Z세대는 유행하는 이벤트나 챌린지에 자발적으로 합류하여 그것을 소비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롤러코스터의 ‘예측할 수 없는 속도감’을 즐기듯 상식적인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짧은 유행 주기와 이색적인 조합을 찾으며, 하나의 유행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유행에 갈아타면서 또 다른 트렌드를 형성하곤 한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대표적인 집콕 챌린지 중 하나인 ‘달고나 커피 만들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SNS 상에서 유래한 ‘밈(Meme)’으로,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인기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여 SNS에서 유행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일종의 놀이는 유행 주기가 굉장히 짧고, 그렇게 끝난 유행은 금세 다른 새로운 유형으로 대체된다.
‘롤코라이프’는 끊임없이 온/오프라인에서 상품을 포함한 콘텐츠가 제공되는 공급과잉의 상황에서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를 넘나들며 새로운 자극을 좇는 Z세대의 특성이 더욱 극대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접하며 자란 인류의 첫 세대인, 디지털 보헤미안 Z세대에겐 천천히 하나씩 직접 하는 경험보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행위인 것이다.
Z세대는 인류 최초로 디지털과 함께 자란 세대인 동시에 이전 세대에 비해 부족함 없이 자라 삶의 기대 수준은 높지만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등으로 불안을 안고 사는 불운의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닥친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Z세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소비를 통한 짜릿한 재미를 얻고 가볍고 특이한 콘텐츠를 소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그러한 콘텐츠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가수 비가 2017년 11월 발표한 곡 ‘깡’ 뮤직비디오가 갑작스레 유행이 되어 하루에 한 번 깡 뮤직비디오를 봐야 한다는 ‘1일 1깡’이란 신조어를 만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유행을 만들고는 ‘1일 1깡’은 조용히 사라졌다. 롤러코스터를 타고나면 곧바로 두 번 타지 않듯 롤코 라이프 역시 빠른 생애 주기를 가졌다. 기업들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숏케팅’이라는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매일 제품과 콘텐츠가 쏟아지고 트렌드 변화 주기도 빨라지고 있는 지금, 완벽한 마케팅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전략을 바로 시도하면서 ‘치고 빠지는’ 식의 이색적인 챌린지와 재미있는 이벤트를 통해 ‘물량 공세’ 숏케팅을 하여 롤코라이프의 트렌드 주기에 마케팅을 맞추는 것이다.
숏케팅의 진수라 불리는 예시 중에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M사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 M사는 2019년 공개한 콘텐츠 수만 해도 6만 6천여 개에 달하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스트릿 패션, 스타일링 팁, 브랜드 스토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쉬지 않고 제공하고 있다. 단지 특정한 아이템을 파는 의류 쇼핑몰의 마케팅이 아닌 다양한 소비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니즈에 대비하며 ‘대박’ 하나를 터뜨릴 수 있는 물량 공세 숏케팅으로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편의점 C사에서 진행했던 ‘단군신화 상품 이벤트’도 숏케팅의 좋은 사례로 언급된다. Z세대에겐 다소 생소한 D사의 밀가루 브랜드는 다양한 콜라보 상품을 출시해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로션, 화장품을 비롯해 의류 상품까지 기존의 상식을 깬 새로운 조합으로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 상승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이렇게 숏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트렌디하고 젊은 기업의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열일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롤코라이프 그리고 숏케팅은 기업에게 있어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그들의 소비 패턴, 트렌드의 주기를 이해해야 불필요한 리소스 없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이다. 숏마케팅을 뛰어넘어 숏폼(Short-form), 즉 빠르고 실험적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롤코라이프의 트렌드가 주로 형성되는 곳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플랫폼은 ‘틱톡’이라고 할 수 있다.
틱톡은 2016년에 출시 당시만 해도 인기 있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당시 중국에는 이미 인지도 높은 숏폼 콘텐츠 플랫폼이 있었는데, 틱톡의 모회사 B사는 ‘시과’, ‘틱톡’, ’훠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렸고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틱톡을 중심으로 3개의 서비스를 통합하여 지금의 틱톡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완성된 서비스가 아닌, 여러 서비스 중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서비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최종 선택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다. 기업은 이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롤코라이프의 빠른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새로움을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가볍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Z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롤러코스터처럼 급변하기 때문에 기업의 소비 마케팅에 매우 취약해진 세대라는 이면이 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결국 빠른 트렌드를 소비하면서 해소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이제 Z세대가 어엿한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체성을 잘 활용하여 주체적인 소비 주도자로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