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라는 달어를 들어보셨나요? 글로벌 경제 위기 때 급락한 주식시장을 정상화시킨 국내 개미투자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주식 상승국면에서 수익을 내고자 처음 증시에 뛰어든 이들을 '주식'과 '어린이'를 합쳐 '주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들은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직접투자자'에 해당합니다. 이런 투자자를 두고 '스톡 사피엔스(Stock sapiens)'라는 신조어를 달아주기도 하죠. 설령 투자 실패로 돈을 잃더라도 주식을 직접 사고팔겠다는 '종족'인데요.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펀드 사피엔스(Fund sapiens)'가 사라지고 신인류가 도래한 셈입니다.
수익률 낮은데 보수만 떼어간다?
투자자가 간접투자 대신 직접투자를 선택한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무엇보다 성과는 지지부진한데 꼬박꼬박 내야 하는 수수료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펀드에 돈을 넣어 괜찮은 수익을 냈다면 누구도 수수료를 아까워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펀드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저성장이 하나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주가는 기업 실적과 비례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기업 이익이 좋아지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합니다. 한국경제가 한창 고성장을 즐길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때문에 저성장 속에서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을 찾기가 만만치 않아졌습니다. 이처럼 펀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데 운용과 판매 수수료만 떼어간다고 하니 반갑지 않은 것이죠.
직접투자가 활성화된 이유, 스마트 개미
정보를 구하기가 쉬워졌다는 점도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주식은 정보 싸움이라고 합니다. 실적, 미래 성장성, M&A 여부 등 정보를 가진 자가 승리합니다. 과거에는 펀드매니저가 정보에 밝은 게 사실이었습니다. 펀드매니저 정보력을 믿기에 펀드에 가입한 것이죠.
그런데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개미투자자 정보 접근성이 좋아졌습니다. 법규상 펀드매니저 단독으로 미공개 정보를 가질 수도 없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역시 조금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요. 물론 정보 해석 능력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개미투자자가 공부하지 않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 개미'라는 호칭을 들을 만큼 개미투자자가 공부하고 또 공부합니다.
또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이때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는 절망을 경험했죠. 그러나 이내 주가가 반등한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올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 주식시장이 폭락했지만, 다시 반등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과거 사례를 면밀히 분석한 '스마트 개미'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불신 자초, 부실 판매와 잦은 펀드매니저 교체
증권사와 운용사 스스로 펀드 투자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받기도 합니다. 증권사는 판매 수수료가 높은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립니다. 구체적인 투자처나 위험 설명 없이 마구잡이로 팔기도 합니다. 운용사는 투자처를 꼼꼼하게 분석하지 않고 이해관계 등으로 부실 투자하곤 했습니다. 판매보수를 높게 줘 덩치를 키운 운용사는 이 비용을 만회하고자 무리한 투자에 나서기도 한 것이죠. 또한 '장기투자'를 외치면서도 잦은 이직으로 신뢰를 저버리곤 합니다. 또, 펀드 매니저가 자주 바뀌면 일관된 철학으로 펀드를 이끌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펀드는 정신적 피로 없고 시간 아끼는데 제격
간접투자의 단점만 너무 언급했나요? 사실 장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직접투자에서 오는 정신적인 피로함을 피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직접투자를 해보신 분은 잘 아실 겁니다. 오전 증시가 열리자마자 주가 향방에 촉각이 곤두섭니다. 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고요. 투자한 종목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일이 정말 손에 안 잡힐지 모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업무 시간 중 주식을 못하도록 제한합니다. 이런 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를 피하고 싶다면 간접투자가 제격입니다.
둘째, 해외 증시 투자자라면 더욱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해외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 장은 우리가 잠을 자는 한밤중에 열립니다. 직접투자자라면 밤 시간 주가 움직임을 살펴야 할 텐데요. 펀드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하루하루 일희일비하지 않고 맘 편한 밤을 보낼 겁니다.
셋째, 아무래도 간접투자 상품이 다양하죠. 따라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직접투자는 정보에 의존하기 쉽고 몇몇 종목에 집중투자, 이른바 '몰빵'하게 됩니다. 펀드를 활용하면 정말 다양한 곳에 투자할 수 있어요. 또한 투자환경이 변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아무리 많아졌다고 해도 투자가 업인 전문가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타기가 아닌 '쌀 때 매수하는' 가치 투자 가능
마지막으로 간접투자를 해야 진정한 적립식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펀드 투자는 거치식과 적립식으로 나뉩니다. 거치식은 한 번에 목돈을 넣은 뒤 쭉 운용합니다. 적립식은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돈을 납입합니다.
적립식 장점은 주가가 하락했을 때 싸게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죠. 직접투자로 말하면 '물타기'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좋은 종목을 싸게 사는 건 정말 중요한 투자전략입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물타기'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반면 펀드로 간접투자한다면 '물타기'가 아닌 '쌀 때 매수해 장기간 기다린 뒤 비싸게 파는', 진짜 가치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