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게 지루해졌다

by 글쓰는 워킹맘
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안 올라오지? 답답한데...


강원도 인제의 한옥집에 살게 된 지 3개월 차가 됐다. 원래 살던 집은 아파트 19층에 있었으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2주에 한 번 도시의 집으로 돌아가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게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성격이 급한 편이기는 하다.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지하 1층에서 19층까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답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게 많다. 내게는 시골생활이 가져다준 좋은 점이자 불편한 점이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타는 게 세상 번거로워진 것이다.

pexels-kelly-3861787.jpg 출처 : www.pexels.com

편리한 도시 생활이 가져가버리는 순간들


인제 한옥집에서는 방에서 나가면 바로 마당이다. 신발만 신고 나가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대신 먼 산의 능선을 본다. 하늘이 맑은지, 안개가 끼었는지, 나무에 단풍이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하느라 잠시 멍을 때리기도 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 스쿨버스가 집 앞에 오는지도 집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뭔가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한눈에 다 들어오니 말이다.


아이들끼리 뛰어놀 때도 불안하지 않다. 누가 뛰고, 걷는지 다 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생활할 때는 아이만 놀이터에 내보내지 못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불안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불안감이 사라진다. 편리함 도시생활을 포기했더니 다른 것을 얻게 된 것이다. 지금, 나는 소중한 순간들을 마주하는 기회, 마음의 여유로움을 선물처럼 받고 있는 중이다. 빼앗긴 것을 돌려받고 있는 기분까지 든다.


엘리베이터 타는 게 지루해졌어도 괜찮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며 지루함도 허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 같다. 마치 차곡차곡 시골생활의 기쁨을 저축해 뒀다가 다시 도시인이 되었을 때 하나씩 꺼내 쓰며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부지런히 모아야겠다. 시골생활의 풍요로운 순간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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