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드는 거래요

by 글쓰는 워킹맘

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드는 거래요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 찍히는 것도, 어떤 대상을 찍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좀 삭막한 성격인가 싶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멋진 풍경을 봐도 감탄하다 사진 찍는 순간을 놓치곤 하는 걸 보니 적절한 타이밍을 잘 모르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 내가 인제에 살면서 사진을 참 많이 찍는다. 내 아이의 사진도 많이 찍고, 이곳의 자연을 보다 아까운 마음에 찍기도 한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사진을 잘 찍고 싶어 하는지를 말이다.


가을꽃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인데, 우리 동네에 가을꽃축제가 열렸다기에 가봤다. 운 좋게도 맑은 날 방문해 원 없이 꽃을 보다 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꽃에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꽃을 보면 사진을 찍지 못해 안 달나 버리는 나이에 이르렀구나. 누군가 그랬다. 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드는 거라고. 꽃을 찍어 카톡 프로필 이미지를 바꾸면 확실한 증거라고 말이다.

KakaoTalk_20231014_065921432.jpg 인제가을꽃축제 현장. 오감을 자극하는 총천연색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지천에 핀 꽃들의 향연을 만끽하는 시골생활


도시에서는 날 잡고 꽃을 보러 가야 한다. 물론 도시에도 꽃은 핀다. 나무도 있다. 그런데도 빛깔이 달라 보이는 것은 내 느낌 탓일까? 강원도 인제에서 생활한 지 이제 3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도시와 시골의 꽃과 나무와 달리 이곳에서는 뿜어내는 빛부터 다르다. 이곳의 꽃은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깊은 초록의 산과 어우러져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꽃 앞에서 카메라 모드를 열어 접사로 찍기 시작했다. 확실한 증거다. 나는 나이를 먹고 있고, 나이 들어가고 있다. 이 사실이 슬프지 않다. 오히려 기쁘다. 예전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을 알지도 못했고, 알려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참 건조하게 살았다. 그동안 그렇게 살았던 내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순간, 인제의 꽃과 나무는 나를 보고 웃어준다. 잘 왔어. 내가 반겨줄게!

KakaoTalk_20231010_142606880.jpg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꽃의 보랏빛과 향기.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에도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모양을 뽐내는 꽃들 앞에서 나에게 되묻는다. 나는 나만의 빛깔과 모습대로 잘 살고 있는지 말이다. 사람이 봐주든 말든 상관없이 각자의 색과 향을 뿜어내는 꽃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작정하고 시작한 시골생활에서 나는 가장 나답게 살아가련다. 나만의 빛을 뿜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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