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했던 것보다 얼굴이 좋은데?
공기 좋은 곳에서 쉬고 있어서 그래?
추석 연휴 덕분에 모처럼 도시의 집으로 돌아와 닷새째 머무르고 있다. 인제에 두고 온 시골집이 마음 쓰이는 게 익숙한 듯 낯설다. 네 식구가 정말 합체해 명절을 보내다 옆동에 사는 친구를 만나 걸었다. 두 달 만에 만난 친구는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강원도 인제살이를 짧게 브리핑했더니 이런 말을 한다.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고 말이다.
어쩌면 나는 투명한 사람인 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 나의 취향과 나아갈 방향까지. 사람들에게 쉽게 읽힌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얼굴인가? 연기력은 영 별로인가? 괜찮지 않을 때 괜찮다고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괜찮지 않은 게 내 얼굴에 투명하게 드러난다나.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좋게 생각하고 만다. 나는 사기꾼으로는 못살겠구나, 하고 말이다.
이런 파워 J형 인간 같으니라고!
역시 쉬는 것도 시간표 짜서 하고 있었군.
제발 쉬기만 하라고! 애쓰지 말라고!
나랑 동갑인 친구는 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같은 반 학부모로 만났다. 결혼 전에는 출판사에서 일했을 만큼 책과 가까운 이였다. 통하는 부분이 많아 벌써 알고 지낸 지 8년이 되어간다. 일과 육아의 중간쯤에서 버벅대는 나를 늘 응원해 준 친구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나의 인제살이 이야기를 듣더니 대뜸 호통을 쳤다. 제발 쉬기만 하라고. 애쓰지 말고 그냥 좀 놀아보라고. 노는 것도 계획 세워서 빡빡하게 하려니 힘든 거 아니냐고 그런다. 왜 나보다 남이 더 나를 잘 아는 것 같을까?
나는 잔소리가 많은 사람인데, 정작 내가 잔소리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내 고집이 너무 세기 때문인 것 같다. 그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남편인데, 이번 인제살이는 남편이 반대하지 않았기에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변의 걱정과 응원이 뒤섞여 전해졌기에 어깨가 무거웠던 것은 사실이다. 잘 해내고 싶다. 보란 듯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것인가, 아이와 나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니었나? 누군가에게 꼭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당신은 지금 미래가 어떻게 될지 미리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좋은 일부터, 정직한 일부터 시작하자. 거기서부터 길이 나타나도록 하자.
- 제나 커쳐, <정말 잘 지내고 있나요?> 중에서
그래, 나는 잘 지내고 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미래의 한 순간을 위해 지금 압박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나. 시골생활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말자. 조급한 마음으로 알고 싶은 마음에 매일매일을 빡빡하게 살지는 말자. 오로지 내 아이와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라는 것도 기억하련다. 그저 좋은 일부터, 정직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만 덧붙이겠다. 쉬는 것도 애쓰는 나 자신을 인정해 주고 다독거리겠다. 거창한 포부를 품고 떠났던 시골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내 마음부터 돌봐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10월의 첫날 아침, 시골생활 덕분에 나는 한 뼘 더 성숙해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