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이 진짜 많이 내렸어요. 신난다!
지난 주말, 이곳 인제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그냥 내린 정도가 아니었다. 온 세상이 그야말로 설국(雪國)이 돼버렸다. 큰길에는 눈이 녹았지만 집 앞에는 그대로 쌓여 있다. 겨울 왕국이 멀리 있지 않았다. 이곳, 강원도 인제는 겨울 왕국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서울과 이곳 인제의 기온은 평소에도 3~4도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에 눈이 내리다 말아도 이곳에는 눈이 쌓인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있었을까. 작정하고 스키장에나 가야 봤던 눈을 인제에 살면서 원 없이 본다. 그래, 겨울 왕국에서 살아가리라 작정하고 시작한 이 생활이 아니었던가.
한 여름에 태어난 내게 겨울을 난다는 것은 프로젝트에 가깝다. 추위를 잘 타기에 어지간해서는 밖에서 오래 머무는 일을 피하려 애쓴다. 회사로 출근할 때야 별 걱정이 없었다. 히터가 나오는 사무실은 건조하긴 해도 춥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영하 10도가 기본이고, 보통은 그 이상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강원도에서 겨울을 나야 한다는 게 약간은 스트레스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는 게 걱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게 생활이 되고 보니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아홉 살 아이는 아무리 춥고 폭설이 쏟아져도 그저 즐겁고 해맑다. 이것저것 걱정할 게 많은 엄마에게는 매일 근심거리가 쌓여가는 기분이다. 본래 살림집이 아닌 펜션에서 시골유학생활을 하고 있기에 집은 춥고, 외풍도 거세다. 아무리 보일러를 높여도 공기는 차디 차다. 아이와 자고 일어나면 코끝이 시릴 정도이니 말이다.
계속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보온 내의를 단단히 챙겨 입고, 양말도 두꺼운 걸로 챙겨 신었다. 손에는 핫팩을 쥐고,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시며 눈으로 뒤덮인 바깥을 바라본다. 여름의 끝자락에 강원도 살이를 시작해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아파트 생활의 안온함을 뒤로하고, 굳이 고생길을 자처한 내게 인제의 겨울은 무엇을 보여주고, 가르쳐주려나. 이 겨울이 끝나갈 때는 조금은 계절의 변화와 위력 덕분에 더 겸손하고, 차분한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