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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Feb 03. 2024

남편이 지방 흡입술을 하라고 했다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복직하기 전에 지방 흡입술 받는 건 어때?



며칠 전, 남편이 지방 흡입술 이야기를 꺼냈다.

고생해서 살 빼지 말고, 쉽게 가보자는 것이었다.


6월 초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내가 염려스러웠나.

갑자기 지방 흡입술이라니!


아무리 체중 조절이 어려워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였다.

아이 둘을 낳을 때도 내 몸에 칼을 안 댔는데!


예전 같았으면 내가 먼저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냈을 것이다.


남편은 외모를 중시한다. 그것도 매우.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라 믿는 사람이다.

물론, 포토그래퍼라는 그의 직업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내면보다는 외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일단, 지방 흡입술 권유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때, 내가 판단하고 경계하면 대화가 이어지지 못한다.


지방 흡입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뚱뚱해?

살찐 게 그렇게 싫어?

복직하기 전에 제대로 관리하라는 말을 돌려하는 거야?

기분 정말 나쁜데?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면 끝이다.

래서 이렇게 되물었다.


좀 무서운데, 당신이 먼저 해보는 건 어때요?

출처 : https://www.pexels.com/


남편의 눈이 커졌다.

사실은 본인이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겁이 많은데, 나보다는 남편이 더 그렇다.


남편은 내가 두 아이 모두

병원이 아니라 조산원에서 낳았을 때

"독하다"라며 나의 용기를 일축해 버린 전력도 있다.


출산의 고통을 두 번이나 겪었는데,

지방 흡입술이 뭐 대수겠는가.


그저 먹는 걸 줄이고,

운동하며 건강하게 살을 빼고 싶을 뿐이다.


나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남편도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의 도발(?)은 6월 복직 준비를 시작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끼게 했다.


요즘 거울 속 나를 바라보기가 싫어질 만큼

조금 더 늙고, 시들었으며 살도 붙었다.

남편 말처럼 시술받는 게 더 빠르고 효과적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다시 해보련다.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기 위해 조금씩,

천천히 깨끗한 음식을 먹고

매일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도 찾아봐야지.

다시는 지방 흡입술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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