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라.
그리고 돈 좀 모아라. 애들도 크는데...
설날 아침, 시어른들께 세배를 했다.
보통 의례적인 덕담을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하며 끝나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고,
우리는 설날 용돈을 드리는 이 시간.
그저 훈훈함으로만 채워지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시어머님께서 정색하시고 말씀하셨다.
짧고 굵은 한 말씀에
나는 시선을 피했고,
남편은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지난 월요일에 여행을 갔다가
설 하루 전날에 돌아왔기에
드릴 말씀이 없었던 탓도 있다.
작정하고 말씀하셨을 텐데
효자 남편도 이름만 맏며느리인 나도
흔쾌히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안 했다.
어쩌면 공식적으로
육아휴직 중인 나를 힐난하신 것일지도 모른다.
시아버님도 내내 걱정하셨으니까.
아비만 벌어서 생활이 되겠냐? 걱정이다 걱정
6월 첫 월요일에 다시 출근하니,
월급을 받아도 6월 말이 되어야 한다.
쉬어도 마음이 불편한 걸 아실까 모르실까.
그래도 설날 아침에 해주신 덕담이니 감사히 들어야겠다.
50이 넘은 장남과
40대 중반이 된 며느리가 아직도 미덥지 않으신 건,
우리 탓이 클 테니 말이다.
아버님, 어머님
알뜰살뜰히 살지 못해 송구합니다.
하지만 두 아이들 건사하는 데 문제없도록
잘 살게요. 믿고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