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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Feb 27. 2024

두드러기성 혈관염 진단을 받다


왜 이렇게 가렵지? 뭘 잘못 먹었나? 



열흘 전부터 종아리와 양팔 피부가 가려웠다.


건조해서 그런가 싶어 바디크림을 듬뿍 발라줬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가려운 부위가 점점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가려운 것만큼이나 붉은 반점이 생겨났다.


처음엔 종아리와 팔에, 배와 허리, 허벅지와 손목, 발목까지.

목과 두피가 연결되는 부분까지 빼곡하게 생겨나버린 반점들.


겁이 덜컥 났다. 무슨 병인가? 단순 알레르기인가? 두드러기인가?


서둘러 병원을 찾았더니 두드러기란다. 뭘 잘못 먹지 않았냐고, 기억을 잘해보라고 하는데

정말 특별히 문제 될 만한 것을 먹은 기억이 없었다.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열심히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밤마다 가려움에 몸부림치느라 한숨도 못 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시작한 지 오늘로 닷새 째다. 


이상한 일이다. 원래 급성 두드러기는 약을 먹으면 사흘이면 가라앉는다.


밤새 가려운 부위를 긁느라 정신상태가 피폐해졌다.

잠을 못 자니 종일 멍하게 지내며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


몸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 이어질 찰나,

순간 느꼈다.

지금, 내 몸이 SOS를 외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출처 : https://pixabay.com/
환자분은 두드러기가 아니라, 두드러기성 혈관염이에요. 
스테로이드 약이나 연고가 잘 듣지 않을 거예요.


내과 한 곳, 피부과 두 곳을 거쳐도 낫지 않아 절망하고 있을 때

집 근처 피부질환 한의원을 찾아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달려갔다.


전신에 퍼진 두드러기를 살펴본 선생님은

두드러기성 혈관염 진단을 내렸다.


혈관에 염증이 생긴 상태니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이다. 


또 하나, 

1년 넘게 장기복용하고 있던 역류성 식도염 약의 부작용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참 이 약 저 약 골고루 먹고 있었구나.

어딘가 아프면 곧장 병원으로 가서 약부터 처방받아먹기는 1등 선수였으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심약해진 상태에서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한약을 짓고, 식단노트를 매일 쓰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앞으로 이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반드시 해야 할 것,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생활 수칙이 생겼다. 


1. 한약 잘 챙겨 먹기

2. 식단노트 작성하기

3. 음식 꼭꼭 씹어 천천히 먹기

4. 8시 이후 야식 금지

5. 물 자주 마시기

6. 밀가루, 유제품, 찬 음식 금지

7. 육류, 기름진 음식 줄이기

8. 인스턴트, 가공식품 금지

9. 음주 금지



좋아하던 우유와 치즈, 아이스크림, 빵도 끊어야겠다.

몇 날 며칠 불면으로 고통받느니 잠시 먹는 걸 멈추는 게 낫다.

가공식품의 범위가 워낙 넓어서 걱정스럽긴 하지만, 당분간 외식 대신 무조건 집밥이다. 


내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졌다는 신호를 이대로 넘길 수야 없다. 


아직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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