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매년 위 내시경 검사는 받고 있지만, 대장 내시경은 슬쩍 피하고 있었다.
나이 50이 되면 그때나 받아볼까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식도염 증세가 나아졌는지 경과를 확인할 겸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한꺼번에 받기로 했다.
이것도 가능한 피하고 싶었지만, 담당 교수님이 의지가 강했다.
보통 위가 나쁘면 장도 좋지 않거든요.
이번에 한 번 확인해 보죠.
사실 15년 전에도 자주 배가 아파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유받았고,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며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장이 약하니 조심해야겠다 생각했지만 그때 내 나이는 서른 살이었다.
나의 건강은 평생 서른 살의 그것처럼 문제없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다시 받은 검사 결과를 오늘, 들으러 갔다.
교수님은 담백하게 말을 시작했다.
지난 검사 때 용종 하나를 제거했어요.
그런데 그게 암이 될 선종이어서 제거했습니다.
걱정했던 식도염은 더 나빠지지 않고 멈춰 있었다. 이건 정말 다행이었다.
식도염이 식도암으로 진행되는 경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장 선종이라니. 암이 되기 전에 운 좋게 제거했다는 얘기였다.
마치 암 진단을 받은 것처럼 말문이 막혔다.
다행히 용종 크기가 크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떼어냈다는 말을 들으니 그제야 숨이 쉬어졌다.
건강을 자신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또 배운다.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낮아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게 가능하려면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병원 진료도 제 때 받고, 먹는 음식도 신경 써서 건강하게 챙기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허허 웃어넘길 수 있는 유연함을 키워야 한다.
그러고 보면 내게 당뇨나 고혈압은 없어도
위장질환 = 만성질환이 된 셈이 아닌가.
아직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소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15년 만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조금 더 철이 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