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매 순간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을 뜻한다. 먹는 순간에도 의미는 중요하다. 추하고 너절한 장소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보상하기 위해 과식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혼자 밥을 먹더라도 아름답게 먹자.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매만지고 몸을 깨끗이 하자. -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중에서
육아휴직을 한 뒤 가장 자주 한 일을 꼽는다면,
바로 '혼밥'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혼밥'을 하고 싶을 때 의도와 몇 가지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팀 회식과 피해야 하겠고, 회사 내 개인과의 점심 스케줄을 미리 조율해둬야 한다.
매일 혼밥을 해서도 곤란하다. 그래선 고립될 수 있으니 말이다.
혼밥이 좋을 때도 있고, 살짝 외로울 때도 있지만 의외로 혼밥을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하고 나니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그것도 매일.
사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밥상을 제대로 차려먹기가 쉽지 않다.
귀찮기도 하고, 혼자 있는데 뭘 제대로 갖춰 먹나 싶은 생각이 앞선다.
오늘 아침도 그냥 아침밥을 건너뛸까 했는데, 다시 읽고 있는 책 속에서 문장 하나를 건져 올렸다.
먹는 순간에도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
그러니 혼자 밥을 먹더라도 아름답게 먹자는 말이었다.
순간, 띵 해졌다.
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잠시 잊고 산 것 같아서였다.
포만감은 양이 아니라 질에 의해서, 즉 음식의 질과 음식을 먹는 장소의 질,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마음 상태의 질에 의해서 좌우된다. -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중에서
나의 인생책 <심플하게 산다>가 내게 따끔하게 경고한다. 대충 차려 먹지 말고, 건강한 식생활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살라고 말이다.
책을 읽다가 부랴부랴 냉장고를 뒤졌다. 플레인 요구르트에 바나나를 가지런히 썰어 넣고, 시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딸기잼을 한 스푼 얹었다. 방울토마토도 한 줌 꺼냈다. 나름 아름다운 식탁을 만들어보려 그릇도 색깔 있는 것들로 준비했다. 정말 별 것 없는 아침 한 상인데, 내 눈에는 풍성했다.
거창하고 화려한 것들이 내 삶을 기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를 즐겁게 한다. 이걸 알면서도 잘 잊고 살아간다. 굶을 뻔했던 내 속이 건강한 음식으로 채워지고 나니 힘이 생겼다. 오늘 하루를 에너지 넘치게 살아갈 힘이 가득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맛없다고 요리를 피할 수만은 없다. 간단한 것들은 직접 만들어 기쁘게 먹자. 혼자 먹더라도 아름답게 먹을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 자신부터 존중하며 대접해 주는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잘 먹는다는 것은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음식과 우리 몸을 존중하면서 먹는 것을 뜻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 호흡부터 하자.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자. - 도미니크 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