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대상에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더하기보다 '빼기'이다. 좋은 걸 더하는 것보다 나쁜 걸 빼는 게 왜 중요할까.
요즘 학기 초 두 아이들의 학교 행사도 챙기고, 아이들 일정도 신경 쓰느라 에너지가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 아이들 스케줄에 제법 많은 것들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문장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정말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 삶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두고 살아가고 있을까.
아이 키 크게 하려면 좋은 것 찾아 먹이지 마시고,
몸에 나쁜 음식을 빼고 밥을 주세요.
잘 자게 하고, 운동하는 것도 함께 챙기시고요.
큰 아이가 다녔던 키 성장 클리닉 담당 교수님이 강조했던 말이다. 아이 키 잘 키우려면 뭘 먹여야 하냐고 여쭸더니 제발 좀 좋은 거 먹이지 말라고 했다. 이미 아이들 영양은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자, 치킨, 탄산음료만 줄여도 키 크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밥을 너무 안 먹어 걱정인 아이들이 아닌 이상, 나쁜 음식을 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한 달째 두드러기성 혈관염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 내게도 '빼기'할 것이 많다. 일단,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음식을 빼야 한다. 1순위로 빼야 하는 것은 술이다. 가끔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생각나지만, 다 낫기 전에는 금주해야 한다. 술 마시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참는 중이다. 여기에 기름에 튀긴 음식, 너무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도 빼야 한다. 안 그러면 너무 가려워 매일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휴직했으니 시간이 마냥 넘치고 여유롭지 않다. 출근할 때보다 몇 배는 더 여유로워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건, 분명 불필요한 일상이 늘어난 것도 한몫할 것이다.
멍 때리는 시간도 늘었고, 아무 목적 없이 SNS 피드를 넘겨보는 시간도 생겼다. 집안일을 다 하고 나면 보상심리가 생겨 TV를 볼 때가 늘었다. 그래서일까. 저녁이 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유 시간이 늘어난 만큼, 버리는 시간도 늘어난 셈이다.
예전 같았으면 내겐 없었을 시간이다. 그런데 이런 시간들을 다 모으면 꽤 많은 시간이 된다. 숏폼 영상을 보는 대신, 책을 읽을 수 있다. SNS 피드를 둘러보는 대신 봄 햇빛을 느끼며 산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냥 있을 수 없다. 당장 빼야 할 일상은 빼고, 위임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에게 맡겨도 좋지 않을까. 불필요한 일상을 빼고, 또 빼다 보면 내게 가장 중요한 것들만이 남을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힘쓰는 시간.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정말 중요한 것에 한정된 에너지를 집중하려면, '빼기' 목록을 만들어보자. 이렇게 말이다.
* 지금, 당장 빼기 할 것들
- 하릴없이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습관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멍 때리는 순간
- 가족들이 나눠해야 할 일을 혼자 도맡아 하겠다고 끙끙거리는 것
- 집안일이 끝나면 TV 본다고 드러눕는 것
- 책 욕심부리느라 잔뜩 쌓아두고 읽지 못한다고 불안해하는 것
쓰다 보면, 꽤 많이 적어낼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도 있으니 유용하다. 조금만 시간 내서 적는다면 누구나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것. 이 두 가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