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날 아침, 중2 큰 아이가 일찍 일어났다. 그보다 먼저 일어나 있던 엄마가 산책을 제안하자 선뜻 좋다는 아이가 고마웠다. 아직은 엄마의 손을 잡아주고, 꼭 안아주는 아들이니까.
자신의 배낭에 생수와 물티슈, 농구공, 약간의 현금까지 챙겨 넣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를 찾아내고 만다. 준비성이 좋은 엄마의 아들인 걸 숨길 수가 없구나. 덕분에 나는 빈 손으로 집을 나섰다.
모처럼 청명한 하늘에 미세먼지 지수도 보통이었다. 옷차림도 가볍고, 우리의 발걸음도 날아갈 것 같았다. 아침 공기가 이렇게 상쾌하다니, 새삼스러운 사실에 둘이 웃었다.
엄마, 기분 너무 좋은데요?
동네 호수공원에서. 농구하기 전 몸을 푸는 아이
아이는 혼자 농구장을 누비며 달렸다. 나는 공원을 크게 두 바퀴 돌며 봄을 느꼈다. 아직 벚꽃이 피기 전이지만, 산수유와 매화, 개나리가 피기 시작했으니 꽃놀이도 했다. 늘 봄은 조심스럽게 왔다가 너무 서둘러 가버리니 아쉽지 않은가. 남편과 작은 아이도 함께 오면 좋았을 텐데 그 또한 아쉬웠다.
천천히 걸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복잡했던 생각을 비워낼 수 있다. 조금 속도를 내 걸으면 온몸에 활기가 돈다. 마치 죽어있다가 다시 살아난 듯 한 기쁨이 느껴진다. 잠시 달리는 것도 좋다. 숨이 차도록 달려보는 일은 자꾸만 피하게 되니 이럴 때 달려본다. 엔도르핀이 마구 도는 기분을 느끼니 살 맛이 났다. 계절을 느끼려면 일단, 밖으로 나가 걷고 뛰어야 한다.
매달 마지막 날에는 냉장고 정리, 바닥 청소, 그리고 월간 성찰 일지 쓰기
아이와 공원 산책을 즐기고 돌아와 매달 마지막 날에 하는 나만의 루틴을 이어갔다. 오늘 하루 세 끼도 집밥으로 해결하기 위해 식재료를 점검한다. 가득 찼던 냉장고를 비워내는 일은 숙제 같기도, 힐링할 기회 같기도 하다. 내일이면 새로운 달이니 묵은 음식, 식재료를 꺼내 어떻게든 해 먹거나 비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에는 냉장고를 잘 관리하는 일도 포함되지 않을까.
그리곤 환기를 시킨 다음, 온 집안 구석구석 바닥 청소를 한다. 그것도 꽤 공들여서 한다. 내일은 새 달의 첫날이니 깨끗한 집에서 가족 모두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서다. 바닥 청소도 하고, 주방 청소도 정성 들여한다. 화장실 청소는 자주 하니 매달 마지막 날의 루틴에는 가볍게 해 둔다.
청소가 끝나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즐겨 먹는 보이차를 머그컵에 따라둔 채 노트를 펼친다. 매달 마지막날에는 월간 성찰을 한다. 3월 한 달을 어떻게 살았는지 잠시 피드백을 해보는 것이다. 그것도 혼자, 셀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