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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May 16. 2024

남편이 알려주는 사진 잘 찍는 비법이란


도서관에서 사진을 가르쳐준다고? 수업 어때? 배울 만 한가?


지난 4월 초 동네 도서관에서 사진 수업이 열렸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두 시간씩 사진을 배우고, 직접 찍어도 보고, 간단히 편집하는 것까지 가르쳐주는 과정이었다. 도서관 수업치고 꽤 긴 시간을 할애했다. 8주간 진행되는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포토그래퍼이지만, 그에게서 사진을 배울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느냐는 물음에 한결같은 답을 할 뿐이었다. "그냥, 많이 찍어 봐."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으니 많이 찍지도 않았다. 실력을 키우기 어려웠다. 


6월 초 복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도전한 도서관 수업이 '사진 클래스'였던 건 이유가 있다. 이번에 해보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사진을 배운다는 소식에 남편은 흥미를 보였다. 어떤 강사가 어떻게 수업을 할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현장 실습수업이 있던 날, 남편은 작은 카메라를 케이스에 넣어주며 응원했다. 역시나 "그냥 막 찍어봐. 많이 찍어봐."라고 말이다. 난 이게 참 어렵다. 그냥, 막 해보는 것 말이다. 


제목 : 봄이 지나가는 터널


구도, 빛, 조명...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꽤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낯설고 어려웠다. 처음엔 남편이 준 카메라로 찍어보다가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수업 첫날, 첫 시간에 밖으로 나가 '아무거나 찍어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난감했다. 마침 온통 벚꽃이 피어 꽃만 찍어댔다. 꽃을 예쁘게 담는 것보다 꽃 한 송이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더 어려웠다. 어떻게 찍어도 마음에 안 들어 삭제하기를 반복하다가 한 장을 건졌다. 도서관 입구로 향하는 통로 겸 터널이었다. 


사진에 이름을 붙여달라기에 '봄이 지나가는 터널'이라 붙여봤다. 사진을 찍는 일은 어렵지만 짧은 글을 쓰고, 제목을 붙이는 건 재미있다. 이름을 달고 보니 사진 속 풍경이 애틋해졌다. 짧아서 더 아름다운 봄날의 한 순간을 사각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것. 아, 이게 사진의 매력인가 싶었다. 


인천 화도진 공원에서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내겐 기술도 없고, 좋은 눈을 가진 것 같지 않지만 주변 풍경을 바라볼 때 마음을 담았더니 조금씩 사진 찍는 게 즐거워졌다. 어느덧 중년의 아줌마가 된 내게도 봄날의 벚꽃과 맑은 하늘은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아직 내 인생의 봄날은 진행형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봄빛에 피어난 벚꽃이 처마 끝에 앉아있다.
내 인생의 봄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수업 첫날 찍은 나의 그림자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아 용기 내어 한걸음 내디뎌보기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때다.

이제 도서관 사진 수업도 마지막 한 번을 남겨두고 있다. 남편은 "그거 배워서 잘 찍으려고 하지 마. 그냥 즐기면 되는 거지."라며 팩폭을 날린다. 사진 한 장에 많은 것들을 담아내는 남편이 새삼, 대단하게 보인다. 사진 잘 찍는 법을 한 마디로 정리한 남편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사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사진 속 그림자 모습의 '나'를 마주해 본다. 지난 1년 간, 육아휴직으로 일을 멈춘 시간 내내 나는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아 떠날 수 있었다. 목표로 했던 일을 하기도 했지만, 무기력하게 멈춰 있었던 시간도 제법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본다. 나의 보폭이 크고 멋있지 않았어도 괜찮다. 어쨌든 매일 한 걸음씩 걸었고 쉬는 시간도 곧 끝이다. 많은 것들을 이뤄내지 못했어도 나 스스로에게 손뼉 쳐주는 내가 되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나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질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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