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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Jun 06. 2024

엄마가 출근해서 좋다는 아이들에게

엄마, 다시 출근하니까 힘드시죠?
근데 엄마가 더 활기차 보이셔서 좋네요.

일 년 만에 출근했다. 첫날엔 인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원래 쓰던 컴퓨터도 놀랐는지 종일 업데이트만 하느라 바빴다. 복직하기도 전에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난 탓에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었다. 난 이 회사에 18년째 다니고 있는데도 이상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일 년 만에 회사가 달라진 걸까, 내가 달라진 걸까.


아이들은 이런 엄마를 뜨겁게 응원했다. 이른 아침부터 깔끔하게 차려입고 함께 집을 나서는 엄마를 보니 좋았던 걸까. 집에만 있던 엄마가 회사로 향하니 더 활기차보인 다고 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아 보기 좋다는 큰 아이의 말에 씩 웃었다. 엄마가 원래 이랬어? 이렇게 출근하는 걸 좋아했었니?

출처 : https://pixabay.com/
다채로운 삶이란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삶이다. - 캐런 할러, <컬러의 힘> 중에서


휴직하고 집에 있을 땐 시간표가 뒤죽박죽이었다. 갑자기 많은 시간이 주어지니 오히려 단조로워졌다. 잘 짜인 시간표가 그리웠다. 시간표 없이 무작정 쉬는 일이 어려웠다. 그래서 아침에 할 일, 오후에 쉬는 시간을 촘촘하게 짰고 결국 시간표대로 휴직기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나는 더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일 때에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엄마로서 살 때에도 나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것저것 해보고, 먹어보고, 경험해 보고, 느끼는 일을 사랑한다. '다채롭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어쩌면 가장 나답게 사는 삶을 지향하고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빨강 = 에너지와 용기를 주는 색

노랑 = 행복을 주고 자존감을 높이는 색

파랑 = 집중에 도움이 되는 색

초록 = 균형과 조화의 색


지금 나는 빨강과 노랑, 파랑과 초록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1년간의 쉼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잘 모르던 아이들의 세계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진하게 느꼈다. 무엇보다 일할 때의 나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도 새삼 알았다. 지금 내게 에너지와 용기와 줄 빨강과 자존감을 높여줄 노랑,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제대로 쉴 수 있게 해 줄 파랑과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게 해 줄 초록까지. 가장 나다운 삶, 나다운 색깔은 그때그때 골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가 출근해서 참 좋다는 아이들에게 더 멋진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나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조화롭게 에너지를 써야겠다. 오늘처럼 주중에 하루 쉬는 날엔 충분히 충전하고 아이들을 더 많이 안아주련다. 다시, 시작된 워킹맘의 일상을 아름답게 가꿔나가고 싶다. 가장 나답게, 나다운 색깔을 꺼내 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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