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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대신 보이차 한 잔 어때요

by 글쓰는 워킹맘


차장님, 요즘 커피 마시면 잠이 안 오고
속도 아파요.
보이차는 속 안 아픈가요?


새벽부터 남편과 마신 보이차 한 잔은 사무실에서도 이어진다. 출근해야 하니 남은 보이차를 텀블러에 담아 오면 사무실에서도 즐길 수 있다. 보이차를 입에 달고 있는 내게 회사 후배가 물었다. 보이차를 마시면 속이 안 아프고, 잠도 잘 수 있냐고 말이다. 보이차는 흙맛일 것 같아 아예 시도조차 안 해봤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후배에게 확신의 한 마디를 던진다. "그럼, 보이차는 속을 편하게 해 주지! 한 잔 줄까?"

그렇게 나의 보이차 권하기는 이어진다. 이렇게 좋은 데 왜 아직도 안 마셔봤냐면서 영업사원처럼 떠들다 보면, 후배의 눈이 반짝인다. 어디서, 어떻게, 어떤 보이차를 사야 실패가 없냐고 물어와도 내겐 답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그저 보이차를 좋아해 남편과 즐기고 있을 뿐이니 누군가에게 보이차를 권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느새 나는 회사에서 보이차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부부가 함께 보이차를 드시니 참 좋겠어요.
저희는 술만 마시는데...


부부가 마주 앉아 맥주나 와인 한 잔 하며 대화하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다만 우리는 술을 하지 않으니 찻잔을 기울이는 것뿐이다. 차도 좋고, 술도 좋고, 뭐든 좋지 않을까. 부부가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술만 마셔서 고민이라는 동료에게도 보이차를 권한다. 술 깨는데 보이차만 한 게 없다고 하면 관심을 보인다. 보이차 한 잔, 술 한 잔을 번갈아 마시는 부부를 상상해 보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회사에서 남편도 보이차 전도사다. 우리는 보이차를 권하는 부부인 셈이다. 남편도 차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차 한 잔을 건넨다. 차를 마시는 이에게 차 인심은 박할 수 없다. 차가 맛있다고 해주면, 한 번 먹을 정도의 차를 선뜻 주기도 한다. 내가 몰랐던 남편의 모습이다. 차를 얻어간 이들이 부부가 차 한 잔에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후기를 들려주면 괜히 신난다. 커피 대신 보이차를 권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생겨나니 살 맛도 난다. 요즘, 우리 부부가 공유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퇴직하면 회사 근처에 보이찻집 차려볼까?
난 차를 우리고, 넌 서빙하고.


남편은 정년퇴직을 7년 앞두고 있다. 부쩍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횟수가 늘었다. 이렇게나 보이차를 열심히 마시고, 좋아하는데 퇴직하면 회사 앞에 찻집을 해볼까 싶은가 보다. 한집 걸러 카페가 즐비한 이곳에서 보이찻집이 잘 되려나 싶어도 '언젠가의 우리'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즐겁다. 남편이 차를 우려내고, 나는 서빙하며 차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이 어색하지만은 않다. 정말 집에서도, 밖에서도 계속 보이차를 우려내 마시고, 권하는 날이 오려나. 찻집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이좋게 차를 마실 수만 있다면 좋겠다. 오늘도 서로에게 차를 따라주며 다짐한다. 아프지 말자고. 이 좋은 차 계속 마시려면 건강하게 지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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