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워킹맘 Jul 10. 2023

빵 입맛도 유전인가

엄마, 저 이거 좋아해요. 사주세요!



중1 큰 아이와 빵집에 들렀다. 시골 읍내의 작은 빵집이라 빵 종류가 많지 않았다. 식빵부터 골라 담은 다음에 좀 더 담을 생각이었는데 아이와 내가 동시에 손을 뻗어 고른 빵이 있었다. 바로 상투과자이다. 


퍽퍽하고 퍼석거리지만 우유와 같이 먹으면 세상 꿀맛인 빵이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좋아한다. 어렸을 땐 빵순이어서 온갖 빵을 섭렵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속병이 나 빵순이 타이틀은 내려놓았다. 좋아하는 빵을 실컷 먹지는 못해도 이 상투과자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는데, 열네 살 아이가 이걸 집어들 줄이야. 

출처 : smartstore.naver.com/bakeryfores


이거 좋아하는 사람 너희 엄마가 처음이었는데, 네가 두 번째다.
뭘 그런 걸 닮고 그러냐. 촌스럽기는...


아이와 내가 상투과자를 오물거리고 있으니 남편이 또 한 소리한다. 남편은 늘 내게 촌스럽다고, 시골사람 같다고 놀린다. 그럴 때마다 서울에서 태어나 결혼 전까지 쭉 서울에 산 사람이라고 맞받아치지만,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입맛은 시골스럽고, 취향도 도시보다는 촌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투과자 좋아하는 엄마의 빵 입맛이 아이에게 유전된 걸까. 아니면 내가 좋아해서 자주 먹다 보니 아이에겐 익숙해져서일까. 이유가 어찌 됐든, 아이는 괜히 나 때문에 아빠에게 핀잔을 듣고 말았다. 예쁜 조각 케이크이나 푸딩보다는 옛날 빵의 수수함에 더 끌리는 모자(母子) 지간인 셈이다. 


큰 아이와 겉모습은 크게 닮은 것 같지 않은데, 입맛이라도 닮아서 기쁜 건지 아닌지 헷갈린다. 그런데 이번에 분명히 알게 된 건 하나 있다. 일에 미쳐 살면서 정작 내 아이가 어떤 빵을 좋아하고 자주 먹는지 조차 몰랐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하나씩 알아간다. 마치 처음 아이를 낳아 키우듯이, 아이의 취향을 알아가고 함께 해보려고 애쓴다. 육아휴직인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엄마, 옛날과자만 파는 곳에 같이 가요.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요!


이제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가 데이 트을 하자고 한다. 근사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아닌, 시장에 있는 옛날과자집에 말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영업하는 곳을 알고 있다. 남편 눈치 보지 말고 아이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사 와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