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큰 아이도, 초2 작은 아이도 여름 방학을 맞이했다. 엄마가 보기엔 매일 노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들에게 방학은 남다르다. 방학식을 마치고 일찍 귀가하던 날, 아이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뭐가 그리 좋을까 싶다가도 아이의 마음속으로 풍덩 빠져본다. 일단은, 말이다.
엄마, 드디어 방학이에요! 신난다! 엄마도 신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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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아이들의 방학이 두렵다
너희들의 방학이지 엄마의 방학은 아닌데 신나냐고 묻는 아이들의 물음에 웃지 못했다. 방학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이 엄마는 지치는 것 같으니까.
예전엔 미처 몰랐다. 왜 엄마들이 아이들의 방학을 두려워하는지. 방학을 해도 나는 변함없이 출근을 해 일을 했다.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이모님께서 방학이어도 아이들과 함께 계셔주셨기 때문이다. 방학이니 학원 스케줄을 조정하고, 학교 방과 후 수업을 챙겨주는 정도였다. 학원 방학에 맞춰 어딘가에 가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 그뿐이었으니 힘들 일이 없었던 것이다. 참 속 편히 지낸 엄마가 여기 있었구나.
삼시 세끼 밥 해 먹이는 것도 일이다. 삼복더위에 주방에서 음식을 한다는 것도 고역이다. 매 끼니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외식을 나갈 수도 없다. 요리 솜씨도 없는 내가 '오늘은 뭐 해 먹지?'를 고민하느라 진땀을 뺀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해도 매번 같은 메뉴를 올릴 수도 없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딸 셋을 키워낸 베테랑 주부, 친정엄마의 노고란
돌이켜보니 친정엄마도 정말 힘드셨겠다. 엄마는 딸이 셋, 나는 아들이 둘. 근데 엄마는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힘드셔도 티를 안 내신 건가. 나는 둘인데도 쉽지 않다. 매 끼니 척척 밥상을 차리고, 우리 자매들을 데리고 산에도 오르셨더랬다. 그때는 돈 들여 학원 가서 운동하는 게 없었다. 뒷산 약수터에 오르내리는 것만 해도 충분했으니까.
큰딸, 집에서 살림하느라 힘들지? 안 하던 거 하면 처음엔 다 그래. 엄마처럼 40년 넘게 하면 쉬워져. 힘내!
친정엄마에게 투덜거렸더니 문자로 응원해 주셨다. 역시나 난 경험이 부족했다. 회사일을 20년 넘게 하니 쉬워졌던 것처럼, 집안일도, 육아도 더 하다 보면 나아지려나. 엄마의 문자에 힘이 나기도 하고, 걱정이 더 커지기도 한다.
그래도 한 달이 채 안 되는 여름 방학에 나는 엄마의 슈퍼 파워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 부대끼면서도 독서와 글쓰기는 놓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나서 몰랐던 것들을 참 많이 알아간다.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회사일 대신 집안일을 배워간다. 나도 단단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