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주간 성찰일지를 쓴다
매일 일기를 쓰지는 않는다. 이른 새벽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지만, 잠들기 전 일기는 좀처럼 쓰기가 어렵다. 특별한 날, 유난히 격한 감정에 휩싸일 때는 일기든 뭐든 끄적대야 직성이 풀리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처럼 처절한(!) 반성 모드의 일기를 쓴 지는 오래되었다.
대신, 빠지지 않고 적는 것이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적는 주간성찰 일지와 매달 마지막 일요일 즈음에 적는 월간성찰 일지다. 별 일 없이 한 주, 한 달을 보낸 것 같아도 이 일지를 적다 보면 알게 된다. 나 정말 열심히, 뜨겁게 살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지난해까지는 노트에 손글씨로 썼다. 그런데 글씨가 점점 못생겨졌다. 모닝 페이지는 손으로 쓰는 게 원칙이고,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는 글이니 마음 편히 썼지만 성찰 일지는 느낌이 남달랐다. 올해부터는 구글 드라이브 문서에 목차를 만들어 적어내려 갔다. 지난 주차의 내용을 찾기도 좋고, 스마트폰만 있어도 쓸 수 있어서 편했다. 올해부터는 쓰기 편한 방향으로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1년은 52주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계절이 달라지고, 달이 바뀌는 건 잘 알아채지만 한 주간의 삶을 돌아보기는 쉽지 않다. 쉰두 번의 주간 삶을 끝내면 1년이 지나가는 것인데 하루, 한 달, 일 년이라는 호흡보다는 등한시하기 쉽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나는 쉰두 번의 주간 살이를 챙긴다. 왠지 내게 주어지는 기회가 더 많게 느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한 주간 잘 살아냈는지 피드백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질문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평가할 수 없는 나만의 7일은 6개의 질문 앞에서 민낯이 된다. 이 6개의 질문은 멘토인 '지혜코치'님께 배웠고 몇 년째 일요일마다 나 자신에게 던진다. 이곳에 옮겨본다.
1. [행복] 나는 이번 한 주간 무엇에 기쁨과 행복을 느꼈는가?
아무리 사소한 기쁨이라도 성찰일지에 적어놓으면 큰 행복으로 치환된다. 아무리 힘들었던 한 주라도 기쁘지 않았던 날은 없다. 기록하지 않으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빛이 바래진다. 별 것 아닌 하루도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해진다. 그래서 이 첫 질문은 소중하다. 이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질 때마다 몹시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2. [도전] 이번주에 힘들었던 일은…
항상 이 질문 앞에서는 손이 바삐 움직인다. 매주 힘들었던 일은 빠지지 않는다. 몸이 힘들기도 하고, 마음이 힘들 때도 있다. 사람 간의 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홀로 외로워서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 자신을 토닥거릴 수 있다. 자기 돌봄은 이렇게 질문에 답하면서도 시작하는 것이다.
3. [인정] 한 주간 스스로 참 잘했다고 느끼는 것은?
그 누구도 내게 잘했다, 기특하다 칭찬해주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내가 아이들을 칭찬해 줘도 아이들이 엄마를 칭찬해 주긴 어려운 일이지 않나. 아무도 내게 '참 잘했어요!'를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주간 성찰일지를 쓸 때 마구마구 칭찬해 줄 수 있으니까. 내가 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무한대로 찍어주는 셈이다. 별 5개를 주고 싶은 좋은 질문 중 하나다.
4. [감사] 한 주간 감사한 일 /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르면 삶이 불행하다. 한 주간 감사한 일이나 사람이 없을 수 없다. 가끔은 이 질문에 답을 두 문단 이상 적을 때도 있다. 잔뜩 적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가도 감사한 마음이 솟구치면 문득 행복해진다. 그걸로 족하다. 일요일 아침마다 이 작업을 할 때 어찌나 감사한지!
5. [의도] 다음 주 꼭 지키고 싶은 나와의 약속은?
한 주간 반성만 하다 끝나도 곤란하다. 지난 한 주간을 살펴봤으면 이제 앞으로 다가올 한 주도 설계해야 한다. 이것까지 해야 온전한 주간 성찰이 된다. 이 질문에 자주 등장하는 답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 스마트폰 제발 그만 보기
- 아이들에게 짜증이 날 때마다 심호흡 세 번쯤 하기
- 매일 어떤 형태로든 나만의 생각을 글로 쓰기
-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 목표한 독서를 마치기 등등
6. [절제] 그것을 위해 줄이거나 없앨 것은?
채우고 싶을 땐 먼저 비워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기존의 것, 유지하던 습관 중 하나는 버리거나 덜어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려면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고 있는 일을 멈춰야 하는 것이다.
52주 중 30주가 지나갔고, 이제 20주가 남았다. 물이 반이나 남았는지, 반 밖에 남지 않았는지는 우리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아직 내게는 기회가 있다. 스무 번의 주간성찰 일지와 다섯 번의 월간성찰 일지를 적고 나면 해가 바뀔 것이다. 연초에 꿈꿨던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나서도 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니 나는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 만하다고 믿는다.
* 함께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