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열네 살이다. 결혼하고 다음 해 첫 출산을 했으니 15년 간 살림 비슷한 것을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지난 주말, 큰맘 먹고 수제비를 끓였다. 매 끼니 아이들에게 뭘 해 먹일까 고민하던 중, 아이들이 '수제비가 먹고 싶다'라고 말해준 덕분이었다.
내가 수제비를 끓일 줄 알았던가? 방법은 대충 알겠는데 끓여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만드는 레시피를 검색했다.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냉장고에 있는 당근, 감자, 애호박, 양파 정도 있으면 되었다. 중력분 밀가루만 사 왔다. 집에 밀가루도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 부랴부랴 사들고 왔다.
맛이 없으면 어쩌나 싶어 걱정도 됐다. 남편이 거들었다. 불안했나 보다. 손목이 아픈 나를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해줬다. 본인도 처음이란다. 둘이서 머리 맞대고 만들며 웃었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출처 : www.cj.co.kr/kr/k-food-life
먼저, 육수를 내고 맛을 봤다. 밍밍하고 별 맛이 없었다. 인터넷 레시피대로 다 넣었는데 왜 맛이 없나 또 고민했다. 냉장고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반죽을 손으로 떼어 내 냄비에 던져 넣었다. 아, 그제야 맛이 났다. 밀가루 반죽을 넣지도 않고 맛이 안 난다고 하다니 우리 부부는 또 웃었다.
아이들에게 한 그릇씩 담아주고 먹어보라 했다. 조금 떨렸다. 아이들 입맛에 맞기를 바랐다. 한 숟가락씩 떠먹은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먹을 만하니? 괜찮아? 엄마가 처음 끓인 거라...(주절주절..)
엄마, 저 수제비 정말 좋아해요. 엄마가 끓여준 수제비 최고예요! 또 끓여주세요!
세상에나, 이렇게 좋아하는데 처음 끓여주다니. 수제비를 돈 주고 사 먹을 줄이나 알았지 직접 만들어볼 생각을 못했다. 요리에 소질이 없다고만 생각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요리뿐이겠는가. 나는 잘 못해. 원래 할 줄 몰라, 하면서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일이 또 얼마나 많을까.
아이들이 한 그릇 뚝딱 먹고 빈 그릇을 건넸다. 기뻤다. 맛이 없어도 맛있다고 해줄 아이들이지만, 이번에 만들어준 수제비는 정말 맛있게 먹어줬으니 말이다. 다음에 또 끓여달라는 말을 가슴에 간직했다.
설거지를 한 뒤 남편과는 다음에는 감자를 더 많이 넣고, 간은 좀 다르게 맞춰보자고 뜻을 모았다. 남편은 요리에 관심이 많고 잘한다. 뭔가를 만들고 나면 꼭 결과보고를 한다. 다음을 위해서다.
무더웠던 주말, 땀 뻘뻘 흘리며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었던 보람이 컸다. 아이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자, 오늘은 또 어떤 요리에 도전해 볼까? 요알못 엄마의 요리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