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숫가루 한 잔 타 주세요. 엄마, 이거 좀 봐주세요. 엄마, 그건 뭐예요? 엄마, 숙제 좀 도와주세요. 엄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요? 엄마, 엄마, 엄마...!!!!!!!!!!!!
두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엄마를 부른다. 엄마라고 부르면 엄마는 자동 응답기가 되어야 한다. 큰 아이가 엄마를 부르면 둘째가 뒤질세라 엄마를 찾는다. 둘이 동시에 뭔가를 요구하면 엄마는 정신이 없다. 그야말로 혼이 쏙 빠진다고나 할까. '줄을 서시오~'라고 외치고픈 마음 꾹 누르고 최대한 짜증 내지 않으려 한다. 요즘 나를 찾는 유일한 고객님들(!)이니 말이다.
고객 맞춤 서비스는 쉽지 않다. 다섯 살 터울의 형제를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구나. 그동안 남의 손(시터 이모님)을 빌려왔으니 내 손으로만 아이들을 돌본다는 게 회사일의 몇 배로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야 안다. 배움이 빠른 사람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나는 육아에 관해서만큼은 느림보였다.
잠시만, 10분만 엄마 혼자 있게 해 줄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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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큰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눈치가 빠른 아이라 엄마가 지쳤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얼른 동생을 돌아 세우고 말했다. 형이랑 놀자고. 엄마가 힘든 것 같으니 쉬시게 해 드리자고 말이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힘들다는 것을 들켜서였을까. 너무나 솔직하게 아이들에게 나를 드러낸 것이 민망해서였을까. 그래도 얼굴에 철판을 깔며 부탁했다. 딱 10분만! 10분만 엄마를 찾지 말아 달라고.
눈을 감았다.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 심호흡을 세 번 했다.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10분까지 필요 없었다. 3분 정도면 충분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더니 나아졌다. 굳이 힘들게 시간을 내지 않아도 충분한 것이었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데, 실천은 왜 이리 안 되는 것일까.
엄마도 혼자 있고 싶다, 간절히!
사춘기가 시작된 중1 아이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초2 아홉 살 아이에게도 멍 때리거나 혼자 노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마흔넷 나이 든 엄마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너희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래야 너희들과 이 폭염을 웃으며 보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엄마 쉬는 시간 끝! 우리 뒹굴뒹굴하며 놀자!
두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엄마의 쉬는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언제까지 아이들이 엄마, 엄마를 찾겠는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 테니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나는 그날까지 엄마를 찾아줄 때 열심히 서비스하자. 열네 살, 아홉 살 고객님들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나를 무조건 사랑하고 믿어주는 고객님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