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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Oct 05. 2023

우동 먹으러 일본에 간다고요?


엄마, 다카마쓰에 가면 뭐 해야 돼요?
뭐가 유명해요?



중1, 초2 두 아들이 물었다. 평소와 달리 엄마가 여행 세부 계획을 브리핑하지 않았으니 궁금했던 것이다. 파워 J인 엄마의 성향을 잘 아는 큰 아이는 불안해했다. 5박 6일 일본 다카마쓰 여정이 베일에 싸인 듯 하니 궁금하기도 했을 테다. 사실 나름의 스케줄표를 만들고 있었지만 한 마디로 답해줬다.


얘들아, 우리 우동 먹으러 다카마쓰에 가자!

JR 우타즈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우동집 '오카센'의 히야텐 우동


나는 밥 한 공기는 뚝딱 먹어도 면에는 약한 편이다. 라면, 냉면이나 칼국수, 우동을 먹더라도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한다. 즐기지 않으니 맛있게 만들지도 못하는 걸까. 반대로 아이들은 우동을 좋아한다. 우동 먹으러 가자는 말에 아이들 눈빛이 반짝거렸다. 일본 우동은 뭐가 다르냐며 의문을 품는 아이들을 보며 풉, 웃었다. 아이들이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졌으니 말이다.


JR 다카마쓰 역에서 특급 열차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JR 우타즈 역에 도착했다. 미리 점찍어둔 우동집 '오카센'을 찾아갔다. 렌터카 없이 다니는 탓에 아이들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한국보다 날이 더워서였을까. 길가에 다니는 사람도 드물었다. 약 1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잘 걸어 다니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운 좋게 대기 없이 들어간 우동집 '오카센'에서 가장 많이 주문한다는 '히야텐 우동'과 붓카케 우동, 가케 우동을 주문했다. 1인 1우동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내 몫은 시키지 않았을 텐데 어렵게 찾아간 곳이니 내 것도 주문했다. 수타우동이라 약간 시간이 걸렸는데 아이들은 그 시간도 기다리기 힘들어했다. 배고파요, 엄마!


엄마, 원래 우동 맛이 이런 거예요?
진짜 맛있어요!!!


두 아이들은 커다란 우동 그릇에서 젓가락질을 멈추질 않았다. 제발 좀 천천히 먹으라고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큰 아이는 붓가케 우동, 작은 아이는 가케 우동을 먹었는데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동면이 젤리처럼 탱글탱글하다나. 숟가락이 없어도 문제없었다. 우동 그릇을 들고 국물까지 마셔가며 즐거워했다. 여기 오길 잘했구나 싶었다.


역시나 내가 주문한 히야텐 우동의 면과 튀김은 우리집 세 남자에게 나눠주었다. 혼자 다 못 먹어서이기도 했지만 다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놓게 되었다.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우동 가락을 보니 내 배가 불렀다. 우동 먹으러 일본까지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물론'이라고 답하련다. 우동만 먹으러 여행을 떠나는 건 아니니 말이다.

 


** 우동의 우리말 표현은 '가락국수'이나 현지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해 '우동'이라 적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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