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저널 주최 '성공을 향한 CEO 모임'참가 후기
탈무드에서는 '어제의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이야말로 진실로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가르칩니다. 극기를 통해 탁월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마다의 인생을 더 잘 살기 위해서 탁월함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탁월함 속에는 다양한 자질이 포함됩니다. 삶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올바름을 추구하는 인성, 상대에 대한 배려, 끊임없는 배움 등 이 밖에도 다양한 자질을 필요로 합니다. 바란다고 쉽게 얻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각각의 자질을 갖추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상사의 아들 결혼식에 초대받았습니다. 그동안 신세 진 것도 있어서 당연히 참석했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지금은 연락을 끊은 퇴사한 동료를 마주치는 게 불편할 것 같았습니다. 좋은 감정이 없던 동료여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축의금만 전해주고 가려니 기어코 점심을 먹고 가라는 상사의 말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 섞여 식사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옛 동료가 몇 테이블 건너 보였습니다. 접시에 담긴 음식을 욱여넣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첫 접시였는데.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은 나에게만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라 옛 동료는 어쩌면 다 잊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마주쳤다면 반갑게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내 생각은 아랑곳 않고 말이죠. 저 혼자 괜한 감정의 뒤끝을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저는 저를 불편하게 했던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고치고 싶지만 쉽게 안 됩니다. 어쩌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불편해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죠.
예식장을 빠져나와 곧바로 을지로로 이동했습니다. 약속 시간까지 3시간 남았습니다. 카페에 자리 잡고 강의안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내내 마음 한편에 아까 먹은 음식이 걸린 듯 답답합니다. 아마도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럴 거 알면서 어쩌자고 참가 신청했냐'마음으로 수만 번 되뇌었습니다. 신청서를 작성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한 번은 부딪쳐야 할 과정이라 여겼습니다. 사람 없이 살 수 없으니 사람과 섞여 사는 방법을 배워야 했으니까요.
사람을 만나기도 전인데 입이 바짝 마릅니다. 어색함에 갈 곳을 잃고 떠돌 손을 위해 물 한 병 샀습니다. 그거라도 붙잡고 있으면 덜 떨릴 것 같았습니다. 약속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느낌입니다. 눈은 허공을 떠돌고 발길은 갈피를 못 잡고 긴장 탓에 목덜미로 땀이 솟습니다. 그러니 사이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지만 원하는 구석자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면 어디든 빨리 앉아야 했습니다. 빈자리를 골라 앉고 나니 더 큰 긴장감이 몰려옵니다. 이제 옆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터야 하지?
혹시 몰라 명함은 잔뜩 챙겨 왔습니다. 먼저 건넬 자신은 없지만 상대방이 달라고 할 때 없으면 곤란할 테니까요. 누구에게 먼저 명함을 내밀어야 할지 눈치만 봤습니다. 그때 바로 옆에 앉은 분이 자신을 투자사 대표라고 소개하며 명함을 줍니다. 이때다 싶어 명함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습니다. 대표님은 건네받음 명함 재질이 독특하다는 인사로 말꼬를 텄습니다. 서로의 명함에 적힌 내용으로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저는 책에서 배웠어도 써먹지 못했던 대화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대표님의 '경청의 기술' 덕분에 다양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사이 긴장도 좀 풀린 것 같습니다. 곧바로 이번 모임을 주관한 'CEO 저널' 최재혁 편집장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듣는 내내 나도 저렇게 편하게 말할 때가 올까 싶었습니다.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만큼 집중하게 만드는 게 좋은 강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신 차려보니 1시간이 지났습니다. 유익한 강의를 듣는 동안 긴장감도 더 풀린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어질 자기소개 시간에 내심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해 볼 만할 것 같았습니다.
긴장은 줄어든 것 같지만 마이크를 건네받는 손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준비한 말을 꺼냈습니다. 강의든 스피치는 처음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시작만 생각한 대로 잘 되면 다음부터는 무난하게 이어갈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게 먹힌 걸까요? 준비했던 말과 즉석에서 생각난 말까지 다 해버렸습니다. 여전히 마이크 잡은 손을 떨면서요. 떨릴 땐 떨린다고 말하면 도움이 된다는 게 맞는 말이었습니다. 긴장한 내 모습도 결국 나입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공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로 얼굴을 트고 나니 옆자리 앞자리 몇 걸음 건너와 먼저 명함을 건넵니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간단한 스몰 토크로 이어졌습니다. 대화는 몇 분에서 몇십 분으로 이어졌습니다. 1시간이 금방 지났습니다. 내 앞에 네댓 장 명함이 줄 섰습니다. 가만 보면 제가 먼저 명함을 건네지 않았습니다. 고맙게도 먼저 말을 걸어준 덕분에 눈길이 허공을 헤매지도 어색한 침묵에서도 벗어났습니다. 다행히 주최 측에서 1시간 연장해 줘서 더 많은 분과 대화 나눴습니다. 시간이 짧게 느껴진 게 처음입니다.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명함을 건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 분 한 분 진심을 다해 대화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인 이유는 저처럼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제가 도울 분이 있다는 데 감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도움을 줄 역량을 갖췄다는 게 다행입니다. 모임에 참석할 용기를 낸 이유도 같았습니다. 적어도 이제는 재능을 써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7년째 읽고 쓰기를 이어오며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노력이 쌓여서 사람 만날 용기도 내게 되었고요.
이제 한 발 내디뎠다고 생각합니다. 능숙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더 자주 더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차츰 나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으니까요. 사람이 변화하는 3단계는 인식-행동-지속이라고 합니다. 사람 상대하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걸 인식하고 여러 책에서 공부해 왔습니다. 여러 차례 모임에 참석하며 달라지려고 행동하는 중입니다. 단번에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행동에 옮기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같은 행동을 지속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사람 만나는 게 능숙해질 테고요.
적자를 감수하며 모임을 주최해 준 CEO 저널 최재혁 편집장님과 행사 진행을 도맡아 책임져 주신 이주형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같은 공간에서 말주변 없는 제 이야기를 들어준 여러 대표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미처 인사 나누지 못했던 다른 분들도 다음 모임에서 다시 뵐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 한 분 한 분 오래 두고 깊이 알아가는 관계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크든 작든 서로를 도우며 함께 성장해 가길 바라며, 각자의 사업도 익일 건승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