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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03. 2024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진화하라

만약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만에 하나 있을 사고를 기록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설치합니다. 어쩌다 일어날지 모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CCTV를 곳곳에 달아 둡니다.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보험도, 블랙박스도, CCTV도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도 큰돈을 들여서라도 이런 장치를 하는 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에 가 통하지 않는, 누구나 반드시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직장인의 퇴직입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몸담았던 직장에서 나와야 할 때가 옵니다. 누군가는 미리부터 자격증 따거나 창업을 준비합니다. 반대로 누구는 아무런 대책 없이 세월만 보냅니다. 마흔세 살까지 후자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대책을 세우지도, 어떤 계획도 없었습니다. 손 놓고 있다가 닥치면 그때 무슨 수가 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책임 보험도 가입하지 않고 운전대를 잡은 꼴이었습니다.     


마흔셋,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막막했던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업부터 공부했습니다. 1인 기업가, 온라인 마켓, 돈 없이 창업하는 방법 등 이미 세상에는 돈 버는 방법이 넘쳤습니다. 수많은 기회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책으로 경험한 과정은 해볼 만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면 될 줄 알았습니다. 두 달치 월급을 투자해 네이버 카페 활성화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몇 달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매달려보라고 알려줬습니다. 방법을 배웠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쭈볏쭈볏 핑계만 대다가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또 한 번은 몇만 원 들여 스마트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판매할 상품을 준비하는 데 큰돈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시간만 투자하면 손 놓고 코푸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매달 통장에 몇백 몇천만 원이 꽂히는 상상을 했습니다. 상상은 상상으로 끝났습니다. 이 일도 직장에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핑계 댔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장사에는 소질이 없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만에 하나 이런 정신상태로 퇴직 후 창업을 했다면 상상하기 싫은 결과로 이어졌을 겁니다. 다행입니다. 비록 수업료를 치렀지만 남는 게 있었습니다.     


‘여윳돈이 좀 있는 사람은 카페를 내거나 자기 사업을 구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시골에 내려가 농사지을 생각을 한다. 성공 확률도 높지 않고 자칫하면 가진 돈마저 날릴 가능성이 있다. 안전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책으로 엮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2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실업의 정의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노하우를 팔릴 만한 지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지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최선의 방법이 그걸 글로 써서 책으로 엮는 것이다.' 한근태 작가의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의 한 구절입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사람을 '지식 생산자'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이름만으로도 근사했습니다. 매장도 필요 없습니다. 투자금도 없습니다. 잘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배우고 익힐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런 제약 없이 공부만 꾸준히 하며 언제까지 내 일을 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일이었습니다. 기회를 봤습니다.  

   

'지식 생산자'에게 요구되는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문요한 소장은 “어떤 인생도 몰두하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고, 어떤 마음도 집중하지 않으면 힘을 얻을 수 없다. 몰두하는 삶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빛을 발하게 되고, 마음도 어딘가에 집중하면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라고 자신의 책 《스스로 살아가는 힘》에 적었습니다. 지식 생산자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겉보기 그럴듯한 직업이었지만 그에 맞는 역량이 필요했습니다. 하고 싶다고 다 잘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요. 문요한 작가의 말처럼 몰두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편으로 이 또한 이 직업의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 않는 겁니다. 또 노력의 양은 스스로 정하기 나름입니다. 몰입하는 시간의 양이 많을수록 성과가 빨리 날 것이며, 양이 적으면 적은 만큼의 성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한 마디로 노력하는 게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일 꾸준히 스스로 정한 만큼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얼마든 지식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마흔셋에 시작한 읽고 쓰는 삶이 7년째입니다. 그 사이 직업인으로서 지식 생산자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을 엮어 두 권의 개인 저서를 썼습니다. 또 내가 가진 노하우를 담은 전자책도 네 권 엮었습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여러 명과 세 권의 공저도 출간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글쓰기 책 쓰기 강의를 열어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아직 직장에 다니는 중입니다. 직장인과 병행한 직업인입니다. 직장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생계는 월급으로 충당합니다. 잠을 줄이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며 내 시간을 만들어 나에게 몰두해 왔습니다. 이제까지 삶은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두 번째 인생은 똑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몰입하고 더 시간을 아끼고 더 치열하게 공부합니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직장인 김형준'은 작가, 강연가, 코치라는 직업인으로서 퇴직을 대비한 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만에 하나 내일 직장에서 쫓겨나더라도 망연자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7년 동안 내 일을 해왔기 때문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본격 내 일을 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불안할 것이며 비포장 길을 걷게 될 겁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분명 만나게 될 테고요. 그래도 두렵지 않습니다. 적어도 아직은 낡았지만 쏟아지는 비를 막아줄 자동차를 가졌으니까요. 이 자동차는 곧 최신 사양을 갖춘 고급 승용차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제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직업인으로서 역량을 키워왔고 조금씩 빛을 발하는 중이니까요. 내게서 뿜어 나온 빛이 찬란할수록 나의 가치 또한 올라갑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을 더 나은 삶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직장인 김형준'에서 '직업인 김형준'으로 진화 중입니다. 




추천 도서

《당신이 누구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한근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김호

《마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김병수

《스스로 살아가는 힘》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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