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신혼 때부터 살던 집을 작년에 전세를 주고 옆 단지로 이사 왔다. 올해로 25년 된 아파트이다.
이사를 준비하며 몇 곳을 손보기로 했다.
아내는 처음 입주부터 결혼 할 때까지 10여년 살았었다.
신혼살림을 준비하며 내부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 덕에 이번엔 외부 새시와 도배, 장판 만 다시 했다.
살던 집은 전세 주고 살 집도 전세로 들어갔다. 임대인이자 임차인이 되었다.
살 집의 주인도 좋은 분이라 비슷한 연식이었지만 내부 인테리어를 우리 취향대로 새롭게 할 수 있었다.
대신 전세금은 시세보다 조금 높게 주었다. 세입자로 살다보니 세입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 던 집에는 20대 중반의 신혼부부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집 보러 온 날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남자는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손을 본 덕분인지 맘에 든다면 바로 계약을 했다.
오래 비워두면 어쩌나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선택해 줘서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이사 오고 얼마 뒤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두어 곳 정도 손을 봐줬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워낙 조심스레 말을 꺼낸 것 같아 우리도 주저 없이 수리해줬다.
우리도 세를 사는 입장이라 그들이 요구를 십 분 이해할 수 있었다.
수리를 마친 뒤 그들의 태도에 한 번 더 놀랬다.
누군가는 당연히 요구하고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당연시 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태도를 갖는지에 따라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당연한 것에도 감사해 하는 그들의 태도에 우리도 고마웠다.
더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 이후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외출을 준비하고 집을 나서는 데 현관문 도어락이 말썽을 부렸다고 한다. 문이 안 잠긴다는 거였다.
아내는 급히 사람을 보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며 인연을 맺은 도어락도 이제는 힘에 부쳤나보다.
더 이상 현관문을 지킬 힘이 없다고, 은퇴하고 싶어 했다.
방문한 기사분의 말에 의하면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긴 힘들 것 같으니 교체해 주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교체 결정을 했다.
세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방문한 기사 분에게 맘에 드는 걸 선택하면 그걸로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세 모델 중 아내가 맘에 드는 건 26만 원짜리 모델이었다.
내 눈에 좋아 보이면 다른 사람 눈에도 좋아 보이는 게 당연한 이치일 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그들도 그걸 선택할 거라 짐작했다. 작업을 끝내 기사 분에게 연락이 왔다.
한참을 망설이며 미안해하더니 결국 16만 원 짜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아내는 아차 싶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니 망설였던 거다.
비싼 걸 선택해 우리에 부담을 줄까 걱정했다는 거다.
차라리 우리가 선택해 줬다면 그들도 부담이 없었을 거란 생각에 미쳤다.
우리 딴에는 살고 있는 그들이 원하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정을 전해 듣고 난 뒤 결제하는 내 손은 가벼 웠고, 마음은 훈훈했다.
요즘 뉴스 중 마스크로 인한 문제를 많이 접하게 된다.
마스크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한 사람이 많다.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고 더워서 불편한 것도 있다.
지금의 상황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거다. 모두에게 낯선 상황이다.
그렇다고 누구 한 명만 예외를 적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로인한 피해는 오롯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배려는 쉽지 않다.
이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고귀한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배움의 깊고 얇음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본성일 수도 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건 결국 나를 위한 일이다.
내가 먼저 마스크를 씀으로써 상대에게 줄 피해를 미연에 방지함은
결국 나를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면 불편은 불편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