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십자수는 바늘과 실로 미리 도안된 그림을 따라 색색의 실을 이용해 한 땀 한 땀 완성해 가는 걸 말합니다.
20살 무렵 호기심에 시작해 봤습니다.
남자가 그런 취미를 갖느냐고 타박받기도 했지만 순순한 호기심은 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바늘과 실, 도안을 사러 가는 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인 분이 의외의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시 막 유행되기 시작했고 여성분의 취미라는 인식이 강했던 때라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한 묶음 챙겨 간단히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바늘과 실은 익숙했습니다. 옷이나 양말에 난 구멍 정도는 직접 꿰매 입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배웠습니다. 구멍 난 부위에 따라 꿰매는 방법도 달랐습니다.
휘감치기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벌어진 구멍을 손가락으로 모은 뒤 바늘을 한 방향으로만 꿰맵니다.
첫 코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넣으면 다음 코도 동일하게 오른쪽에 왼쪽으로 넣는 겁니다.
실이 구멍 난 부위를 휘감는 듯 보이기 때문에 휘감치기라 부릅니다.
보통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오고,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오는 홈질이라 부는 방법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구멍을 단단하게 꿰매는 건 휘감치기 만 한 게 없습니다.
가진 게 없던 때라 튼튼하게 꿰매야 오래 입고 신을 수 있었습니다.
바늘 다루는 게 익숙하니 십자수는 금방 손에 익었습니다.
다양한 색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실을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이 또한 재미라 생각했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두어 시간은 금방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 행위에 빠져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웅크려 몇 시간을 집중하면 몸이 굳어집니다.
굳은 관절을 필 때면 뿌듯함이 함께 몰려옵니다. 몇 시간 집중한 제 자신이 대견했습니다.
누군간 그럴 시간에 의미 있는 걸 하라고도 했습니다.
남의 눈엔 의미 없는 취미로 보여지는 건 중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라면 다른 취미를 선택했을 겁니다.
취미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온전히 나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진정한 취미일 겁니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게 의미 있는 것 아닐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고 가정을 꾸리며 보통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지금의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돈을 벌기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왔지만 나를 위한 노력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쉬운 취미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늘 시간이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위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물론 나이 들수록 더 큰 가치를 위해 희생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게 새로운 취미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배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의 가치를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바쁜 일상 시간에 휘둘려 자신을 잃어가며 살지,
아니면 단 몇 분이라도 자신에게 집중하며 나답게 살지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