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옷자락을 붙잡고 걷는 부부의 뒷모습에서
[부부]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토요일 아침 8시면 공원에 사람이 많을 시간이었다.
공원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모두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다.
비온 뒤라 공기는 깨끗했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두꺼운 구름 사이로 가끔 해가 비쳤다.
하늘엔 구름의 양이 더 많았다.
물기를 머금은 나무와 풀 사이로 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스치는 사람들이 적으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많아진다.
주말 아침이면 다양한 동호회 활동으로 활기로 가득했었다.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그저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
무리는 거의 안 보인다. 아니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키가 큰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나이 지긋한 분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내 앞으로 중년의 부부가 걷고 있다.
제법 걸었는지 숨이 거칠어 보였다.
반 발 뒤의 아내분이 남편 옷자락을 움켜쥔다.
남편분은 의식하지 않고 무언가 계속 이야기를 건넨다.
아내분도 연신 대꾸하며 옷자락을 다시 한번 움켜 쥔다.
무심한 듯 속도를 맞추는 남편분
꼭 움켜쥔 채 부지런히 따라 걷는 아내분
그 모습에 함께한 시간이 만든 믿음이 보였다.
우리 부부를 생각해봤다.
12년을 함께했다.
말수가 적어 대화가 많지 않다.
성격도 비슷해 싸움은 거의 없다.
아내는 변화를 싫어한다.
낯설고 새로운 걸 안 좋아한다.
나는 반대다.
아내보다는 변화를 받아들인다.
아내보다는 낯설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는다.
다름으로 인해 부딪힌 적은 거의 없다.
부딪힐 경우 그때마다 서로 양보했던 것 같다.
눈치를 보긴 했지만
손해 본다는 생각은 안 했다.
한 번 양보하면 한 번은 양보해 주었다.
그렇게 은연중에 주거니 받거니 했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쌓여 서로를 신뢰하게 된 것 같다.
결혼 초기 대화가 적을 땐 눈치를 더 봤던 것 같다.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망설임의 연속이었다.
아무 말이나 내뱉는 성격이 아니라 너무 신중했다.
신중한 탓에 대화다운 대화로 이어지질 못했다.
요즘은 많이 달라져 간다.
아이들 문제로 자연히 대화가 이어진다.
서로의 직장문제로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같이 읽은 책을 주제로 토론하기도 한다.
때론 신변잡기로 무료함을 달래기도 한다.
함께라는 시간이 쌓일수록 마주하기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된다.
같은 곳을 본다는 건
서로의 생각에 동의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일 거다.
둘이지만 한곳을 향해 가는 게 부부인 것 같다.
한곳을 향해 가려면 마주 보는 게 아닌
같은 곳을 바라봐야 올바로 갈 수 있을 거다.
각자의 이상만을 좇으면 분열과 갈등만 초래한다.
같은 목적지에 닿으려면 둘 이 아닌 하나가 되어야 한다.
독단이 아닌 조율이 필요하다.
이때 이해와 배려는 기본이다.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있을수록 부딪힘이 잦을 수 있다.
부딪힘은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일 거라 생각한다.
부딪히며 깨지는 게 아닌
서로 가진 날카로움이 무뎌지며
둥글둥글 해져야 할 거다.
둥글수록 상처보다 편안함을 줄 수 있을 거다.
둥글수록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그렇게 부부다운, 부부만의 시간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