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여전히 새벽기상은 힘들다. 알람은 어김없이 제때에 울린다.
나도 알람처럼 1초의 틈도 없이 제 시간에 일어나고 싶다.
자기 역할을 다 한 알람을 다시 재운다. 나도 따라 다시 눈을 감는다.
내 의지는 일어나길 원하나 몸은 듣질 않는다.
숙면으로 빠져들 즈음 아차 싶어 몸을 일으킨다.
알람이 깨워준 뒤 40여분 만에 이불 밖으로 나왔다.
새벽의 적막함이 좋다. 적당히 차가운 새벽 공기도 좋다.
끝이 없을 것 같던 더운 열기도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여름이 끝나감을 직감한 매미의 울음이 더없이 처절하게 들린다.
그 소리는 귀를 괴롭히기보다 새벽의 적막함에 약간의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어둠과 적막함 속에서 30여 분을 보냈다. 머리가 맑아진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새벽 찬 공기를 반소매 티로 감당하기엔 부족한 감이 든다.
나는 이맘때의 찬 공기가 좋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서늘함이 좋다.
오래 걸어도 덥지 않은 딱 이정도의 서늘함이 좋다.
이른 시간 스산한 공기로 버스 정류장은 휑한 느낌이다.
10여 분 서성이니 버스가 온다. 승객 세 명을 태운 버스는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6시 19분 출발. 이 시간엔 빈자리가 많아 좋다.
내 취향은 제일 끝자리다. 한 쪽 팔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1시간 30분 동안 앉아 있으려면 최대한 편한 자리여야 한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 책을 편다.
읽다 만 마이클 기버의 『사업의 철학』이다.
중고 서점이 좋은 건 오래 되고 좋은 내용의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거다.
의식하지 않고 천천히 둘러보다 우연히 눈에 띄는 책이 있다.
이 책도 그렇게 눈에 띄었다. 제목을 보고 청울림 대표님이 추천했던 기억이 났다.
주저 없이 꺼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은 인식의 틀을 깨주는 거다.
기존에 갖고 있던 틀을 깨주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해주며
또 다른 인식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기준에 차고 넘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면 읽는 내내 책과 나만 남는다.
수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 안을 단 둘이 있는 경험은 더 할 수 없이 짜릿하다.
이런 기분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양복에 가방을 멘 직장이 책 한 권을 들고 탄다.
내 옆에 자리 잡고 책을 펼친다. 곁눈질해도 제목이 안 보인다.
자기계발서? 에세이? 뭐든 이른 시간에 책을 본다는 게 좋아보였다.
지하철 한 칸을 가득 채우면 몇 명일까? 7명이 앉는 의자 6개, 3명이 앉는 의자 4개, 54명이다.
서 있는 사람을 앉아 있는 사람의 2배수만 잡아도 108명, 이를 더하면 162명이 된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는 지하철 한 칸의 정원을 160명으로 계산 한다고 한다.
이들 중 책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하철을 타면 책 든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의식적으로 둘러보게 된다.
160명이 가득 차도 한 명도 없을 때도 있다.
물론 단정하긴 섣부르지만 대개의 경우가 그랬었다.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압도적으로 많은 스마트 폰 보는 사람들, 부족한 잠을 자는 사람들, 멍 하니 딴 생각에 빠진 사람들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출퇴근 중에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
스스로에게 어떤 시간이 더 가치 있는지 묻고 답을 찾았으면 한다.
매봉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보였다.
구름이 조금 꼈지만 볕은 좋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 틈에 끼어 버스를 탄다.
선선한 공기 탓인지 사람들이 가득 찬 버스 안 공기가 싫지만은 않다.
두 시간 만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9월의 첫 날을 이렇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