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조용한 곳이 아닙니다. 사람끼리 만나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죠.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또 누구는 방해받지 않고 자기 일을 하려고 옵니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대화, 독서, 일은 집중이 필요한 행위이지요. 대화는 상대방에게, 독서는 자신에게, 일은 일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있죠. 이들 모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왜일까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시작하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보든 말든 스마트폰에 시선이 갑니다. 다섯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카톡을 확인합니다. 급하게 메일을 써야 하는 데 쇼핑 알림에 손이 갑니다. 뉴스 기사 보다가 상대방이 말하는 맥락을 놓칩니다. 그제야 "무슨 말했더라"라며 되묻기 일쑤입니다. 여러 단톡방을 돌고 나면 책을 그저 전시용으로 전락해 있습니다. 공동구매로 80퍼센트 저렴하게 산 밀키트에 벌써부터 군침이 돕니다. 이메일은 잊은 지 오래입니다. 남의 이야기처럼 읽고 있지만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의 일상입니다.
8년째 매일 아침 7시에서 9시 사이에 글을 써왔습니다. 직장에 출근하기 전 글 한 편 완성할 목적으로요. 새벽잠 줄여가며 만든 두 시간입니다. 그만큼 절박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그나마 정해놓은 분량만큼 쓸 수 있습니다. 어떤 날은 500마력 엔진처럼 쏜살같이 써내기도 합니다. 다른 날은 자전거보다 느리게 머뭇머뭇 쓰기도 하지요. 이 차이는 무엇일까요? 집중력입니다. 그날 쓰는 주제에 오롯이 집중하면 매장 안 음악, 대화는 전혀 들리지 않죠, 반대의 경우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듣고 있죠.
의외로 집중이 잘 되는 게 있습니다. 즐겨보는 드라마, 예능, 영화, 숏츠 같은 영상물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합니다. 몇 시간 훌쩍 보내는 건 일도 아니죠. 그때의 집중력은 글을 쓸 때의 그것과는 또 다릅니다. 전혀 생각할 필요 없이 눈으로 들어오는 영상을 즐기면 그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나면 남는 게 없죠. 허탈해지죠. 몇 시간 동안 나는 뭐 했지? 라며 심하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요. 다음에는 시간을 줄여야지 하면서도 막상 영상에 손이 가면 또다시 반복입니다. 떼려야 뗄 수 없죠. 중독이라고까지 말하죠.
어떤 종류의 집중이냐에 따라 불안의 정도도 달라집니다. 앞에 말한 단순히 시간 때우고 재미만 좇는 집중은 결국 허탈감만 남기고 또다시 원래의 불안으로 되돌아오죠.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 저처럼 글 한 편 쓰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은 어떨까요? 대단한 글을 쓰지 않더라도 글에 집중하는 동안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주제에 맞는 글을 써내기 위해 온갖 사고력을 발동시키죠. 이런 노력이 결국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키워주는 건 당연합니다. 글이 아니더라도 생산적인 집중은 이런 효과가 있기 마련이죠.
30분 남짓 이 글을 써내려 오는 동안 집중력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음악 대화소리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어폰을 꺼내 귀를 막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죠. 음악에 집중하면 다시 글에도 집중하게 됩니다. 우선 불규칙적인 주변 소리를 차단시켜 주기 때문이죠. 매일 듣는 익숙한 음악 덕분에 마음과 생각이 하나로 모입니다. 또다시 집중력이 발동되죠. 다시 남은 분량을 써 내려갑니다. 말하고 싶은 메시지로 마무리 지으려면 마지막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소에 해두면 좋습니다. 먼저 10분 동안 의식에 흐름에 따라 글을 쓰는 겁니다. 내용은 신경 쓰지 말고 손이 움직이는 대로 씁니다. 말이 되지 않아도, 문법에 맞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10분 동안 내가 쓰는 글에만 집중하면 적어도 그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하는지 스스로 자각하게 됩니다. 내가 나를 알아차리는 건 중요합니다. 그래야 어떤 생각으로 마음으로 사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 10분이 꾸준히 쌓이면 분명 집중력도 좋아질 것입니다.
다음은 명상입니다. 조용한 곳이면 좋지만 어디서든 눈을 감으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명상의 목적은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니까요. 들숨 날숨에 집중하면 주변 소음은 문제 되지 않지요. 문제는 내 숨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는 겁니다. 어느새 잡생각이 파고들고 딴 길로 샌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때 다시 돌아가 숨에 집중하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게 명상입니다. 10분, 30분 완전히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인간입니다. 오락가락하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게 목적이고 이를 통해 집중력을 높이는 게 명상이죠.
마지막은 제가 사용하는 방법인데, 음악에 집중하는 겁니다. 가사 없이 연주되는 음악을 듣는 겁니다. 악기 소리에 집중하는 거죠. 이왕이면 다양한 악기가 들리면 좋습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3,40개 악기로 연주됩니다. 한 곡을 집중해 듣다 보면 여러 악기 소리가 중간중간 들립니다. 그 음에 집중해 보는 거죠. 어떤 악기는 몇 분 동안 연주되고, 다른 악기는 찰나에 스치기도 합니다. 집중하지 못하며 온전히 즐기지 못한달까요. 집중해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10분 동안 글을 쓰고, 5분 동안 명상하고, 7분짜리 음악에 집중하는 동안 불안은 사라집니다. 그 시간 동안은 어떤 불안이든 자리를 내줍니다. 집중한다고 불안한 마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불안해한다고 감정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죠. 평소에 어떤 마음으로 지내느냐에 따라 불안의 크기도 달라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산적인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불안에 빠지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불안과 함께 하지만 곁을 덜 내어주는 거죠.
7시부터 강남역 근처 스타벅스에 자리 잡고 이 글을 써내려 왔습니다. 그 사이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오갔고 여전히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이 여럿입니다. 매장 안에는 쉼 없이 음악이 흐르고 있죠. 한순간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글을 써내려 올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도 보고, 주변도 둘러보고, 차도 마시길 반복해 왔습니다. 오락가락하면서도 생각과 손은 끊임없이 움직였습니다. 오늘 쓴 이 글에 집중하면서 말이죠. 글을 쓰는 동안 걱정과 불안은 설자리가 없었습니다. 이놈들은 노트북을 덮으면 제자리로 돌아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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