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끓는 냄비 속 개구리로 살 것인가?

by 김형준

물이 끓는 걸 느끼지 못하는 개구리는 냄비에서 빠져나올 때를 놓칩니다. 우리도 변화할 때를 놓치면 평생 좁은 냄비 속에 갇혀 살게 됩니다. 개구리는 물이 끓는 걸 어떻게 알아차릴까요? 우리는 변화가 필요한 때를 언제 알아차리게 될까요? 불안을 느낄 때입니다. 하지만 개구리도 우리도 불안이 보내는 신호를 제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삶에 어느 정도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죠. 제때 나오는 월급, 적당한 휴식, 보장된 일자리 등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일상은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돌이켜보면 불안은 늘 저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직장에 진득하게 붙어있지 못하고 메뚜기 마냥 이리저리 옮겨 다닐 때마다 불안도 따라왔습니다. 매번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한 곳에 자리잡지 못하면 계속 불안하게 지낼 수밖에 없어. 가족도 덩달아 힘들 거야."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든 한 곳에 자리를 잡아야 했습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더 중요한 가치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정작 중요할 때마다 감정에 지고 말았고 그 결과 아홉 번 이직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내 일에 만족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말랑한 달고나에 뽑기 틀로 만든 모양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힘을 주면 바스러질까 주변에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제 역할만 하면서 말이죠. 그러니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순간만 참으면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요. 또 바늘에 침을 묻혀 별 모양을 딸 수 있는 이들은 극히 일부임을 알기에 그나마 자기 자리라도 온전히 지키려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걸 너무도 잘 압니다.


그렇다고 현실이 언제까지 안락함을 보장해 주지도 않습니다. 예고도 없이 자리를 빼앗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또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길거리로 쫓기기도 하지요. 망연자실할 여유도 없이 계속 살아야 한다고 등을 떠밀리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 길을 잘못 들면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도 하고, 아무나 믿었다가 가진 걸 모두 잃기도 하지요. 이 모든 선택은 온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인생은 빽도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주저앉든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 설지도 자기 선택입니다.


8년 전 목적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죠. 그즈음 불안이 목구멍까지 찰랑 댔었습니다. 직장에서 불만은 발만 대도 터지는 지뢰였고, 가족에게는 송곳보다 더 날카롭게 대했고, 스스로에게 못마땅함은 한도초과 신용카드나 다름없었습니다. 삶에 어느 한 부분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다행히 책을 읽으면서 당시 내 모습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금씩 불안이 보내는 신호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고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됩니다.


고요한 새벽 과거 내 모습을 돌아보니 불안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왔었습니다. 변화할 방법도 용기도 없었던 그때 나는 신호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목구멍까지 차게 둔 거였죠. 그런 내 모습을 인식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불안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기 위해 깨어있어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를 돌아보고 변화와 성장을 선택해도 불안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아마 숨 쉬는 동안 불안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곁에 두고 알아차리고 어르고 달래며 함께 가는 겁니다.


더 늦기 전에 변화를 선택해 다행입니다. 늦고 빠르고 중요치 않습니다. 저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이유가 어떠하든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은 멈추지 않습니다. 멈추는 순간 불안에 먹이가 되고 말 테니까요. 다시 과거에 끓는 물속 개구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불만 덩어리가 되는 것도 원치 않고요. 불안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린 덕분에 적어도 과거 못마땅 한 모습과 이별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달라진 나를 맞이하는 중이고요. 시간은 걸려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 있습니다.


불안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냅니다. 눈치 빠른 이들은 남들보다 일찍 불안으로부터 벗어납니다. 반대로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은 그 신호를 무시할 것입니다. 자신이 끓는 물속 개구리인지도 모른 체 말이죠. 조금만 용기를 내면 불안이 보내는 신호를 인정하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당장 하늘이 두 쪽날 만큼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알아차림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조금씩 나에게 더 중요한 걸 선택하고, 다른 길로 가볼 용기도 내게 됩니다. 그 선택과 용기가 결국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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