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칠 때 'GO'할지 'STOP'할지 망설여지는 때 옵니다. 'GO'하자니 점수가 더 안 날 것 같고, 'STOP'하자니 조금만 더 점수가 나면 크게 날 것 같은 기대가 동시에 듭니다. 그때까지 따놓은 점수가 어정쩡할 때이죠. 이때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과 극입니다. 선택의 기준은 아마도 49:51, '1퍼센트'의 가능성에 모든 걸 거는 꼴입니다. 이 순간을 우리는 '도박'이라고 부르죠. 다음 패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죠. 재미로 치는 화투라면 선택이 별 무게가 없겠지만, 인생이 달린 선택이라면 더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GO'와 'STOP'사이에 인생이 달린 거죠.
도박은 대개 단판에 승부가 나지 않습니다. 짧게 몇 시간, 누구는 평생에 걸쳐 승부를 보겠다고 도박에 빠져 살기도 하죠. 제법 긴 시간 투자(?) 할 때 어느 정도 성과(?)가 나기 마련입니다. 이는 도박뿐만 아니겠죠.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사람 당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성실함은 도박에서만큼은 빛을 발하지 못할 것입니다. 도박에 몰입한 사람의 말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입니다. 다만 조금 더 나은 인생을 바라면 도박에 빠진 것 같은 몰입과 성실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죠.
도박이든 좋아하는 일이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든 빠져 지내는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일이든 오래 지속할수록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는 법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멈칫하는 때가 옵니다. '지금 이게 맞는 길인가?'라는 각성의 순간이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돈을 퍼부었지만 주머니는 텅텅 비었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믿고 꾸준히 했지만 더딘 성과 탓에 의심이 고개를 들고,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은 시간이 갈수록 화만 치밀어 오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정신의 환기입니다. 묵은 생각 대신 신선한 생각을 불어넣어 주는 거죠.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이 드는 건 좋은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건너는 다리가 돌다리인지 잠시 멈춰 두드려 보는 때이죠. 잠시 쉬며 이제까지 걸어온 길도 돌아봅니다. 지금 멈춰 선 곳이 어디쯤 인지도 가늠해 보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지 확인도 하고요. 달리고 걸을 땐 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멈춰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죠. 만약 이런 순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엔진은 과열되고, 잘못 든 길은 계속 목적지와는 멀어지고, 힘은 힘대로 들고, 멈추면 영원히 낙오할 것 같은 기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집필할 주제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확신을 갖고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초고를 완성하려고 몰아붙입니다. 초고는 속도가 생명이니까요. 하지만 사람인지라 뒷심이 딸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의심이 뭉게뭉게 피어납니다. 이 주제가 사람들에게 읽힐까? 끝까지 쓸 수 있을까? 헛수고만 하는 건 아닐까? 이미 누군가 쓴 주제면 어쩌지? 등등. 하지 않아도 되는 의심과 불안이 온 마음에 들어찼습니다. 한 번 의심과 불안에 빠지면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그러고는 고, 스톱을 고민하기에 이르죠.
이 순간에 앞으로 나아갈지, 멈출지 결정짓는 것도 1퍼센트의 가능성입니다.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51퍼센트라고 믿는 방향으로 발길을 정할 뿐입니다. 의심이 든다고 멈추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글자도 못 쓰겠죠. 이때 1퍼센트의 가능성은 어떻게 갖게 될까요? 이제까지 해온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확실을 이겨내고 시작했던 자신, 의심이 들었지만 꾸준히 매일 쓴 자신, 결과가 불안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몰입했던 자신에게 답이 있습니다. 집필을 시작한 건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롯한 자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을 믿는 게 의심과 불안을 줄이는 최선이 아닐까요?
책 한 권 써내기까지 숙고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걸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 견뎌 책을 출간해도 두렵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어느 순간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다만 우리를 괴롭히기만 할까요? 아닐 겁니다. 집필 과정의 고통과 출간 후의 불안은 또 다른 선택지를 갖게 할 것입니다. 이때도 GO, STOP의 기회가 찾아오는 거죠.
책을 쓰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알고 다듬는 기회를 갖습니다. 아는 건 더 명확해지고, 모르는 건 배우며 내가 쓴 책의 주제만큼은 전문가로 거듭나죠. 성실, 인고, 노력과 끈기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남들과 차별성을 갖게 됩니다. 남들은 하지 못한 걸 해낸 거죠. 이런 수고와 성과는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과정에서의 고통보다 결과를 통해 얻는 게 더 많다는 말이죠. 그러니 마땅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온전히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영광도 실패의 교훈도 모두 자신에게 양분이 될 테니까요.
누구도 지금 하는 일에 결과를 알지 못합니다. 그저 의심을 멀리하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중간 지점에 다다르고, 또 어느새 목적지를 코앞에 둘 때가 옵니다. 완성의 순간조차 의심과 불안이 함께할 것입니다. 그때도 처음처럼 그저 자신을 믿는 게 전부여야 합니다. 딴생각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요. 처음 각오대로,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끝까지 밀고 가는 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가다 보면 당연히 더 좋은 성과를 만나게 되고, 더 성장한 모습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의심과 불안을 원동력 삼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