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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주행을 간절히 바란다

by 김형준

출판사에 투고는 불확실을 확신으로 바꿔가는 과정입니다. 수많은 거절을 예상하고 투고를 시작합니다. 어김없이 거절 메일이 돌아옵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열릴 때까지 두드리면 끝내 문을 열어주는 출판사를 만나게 됩니다. 기꺼이 내 원고를 출간하겠다는 출판사를 만나면 비로소 확신으로 바뀝니다. 물론 출판사도 저도 그때부터 불안이 시작됩니다. 기대만큼 반응이 뜨거울까? 손익분기점은 넘길까?


판매 부수를 예측하고 출간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예측할 만큼의 깜냥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오면 나부터 책을 사야 합니다. 그래야 어느 정도 판매 부수가 올라가니까요. 내 책이니 이곳저곳 알리기 위해 수십 권 구매는 당연합니다. 출판사도 그걸 바라고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부지런히 홍보해야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게 출판계 현실입니다.


수개 월에서 몇 년간 정성을 다해 책을 써냅니다. 그러니 출간 후 반응이 기대됩니다. 누구나 다르지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기대는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목이 꺾일 만큼 올려다보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안타깝게도 기대는 기대일 뿐 이내 현실과 맞닥뜨립니다. 지지부진한 판매 부수와 시큰둥한 반응에 또 한 기운이 빠집니다. 어쩌면 기대하지 않는 게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드러내지 못해도 기대를 갖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기대마저 없다면 책을 낼 이유도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책을 쓰는 목적은 아닙니다. 내가 쓴 주제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닿기 바라는 게 먼저입니다. 고상해 보이지만 이런 마음이 없다면 절대로 끝까지 써내지 못하는 게 책입니다. 관심을 받는 건 그다음입니다. 어쩌면 운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책을 쓸 때 불안 커지는 건 목적이 바뀌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돕겠다는 의도 이전에 관심을 바라는 마음이 더 클 때 불안도 덩달아 커지는 겁니다. '관심'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반대로 책을 쓰는 목적은 완벽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목적만 바라보면 끝까지 쓸 수 있죠. 목적이 순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이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줄 것입니다.


"우리의 불안은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통제하길 원하는 데서 시작한다."

-칼릴 지브란


내가 잘 아는 주제로 책을 쓸 수 있지만, 그 책에 대한 반응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대중의 반응은 내가 통제할 영역이 아니죠. 통제할 수 없는 걸 통제하려니 불안이 커지는 게 당연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작가는 이를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책이 세상에 나올 때면 기대를 품는 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관심을 기대하는 건 한편으로 내가 쓴 책에 확신이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줄 거라는 자신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1886년 세상을 떠난 에밀리 디킨슨은 1920년 대가 되어서야 위대한 시인에 이름을 올립니다. <변신>, <실종자>, <심판>등을 쓴 프란츠 카프카는 사후에 비로소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처럼 대중의 관심과 인정은 시기를 달리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당장의 관심만 좇았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쓰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는 것이었을 테니까요.


이제까지 3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판매 부수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첫 책부터 많이 팔리길 바랐습니다. 많이 팔릴 줄 알았습니다. 노력과 정성은 어느 책 못지않았으니까요. 두 번째, 세 번째 책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바라는 대로 됐다면 지금 이 글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기에 어쩌면 계속 써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책은 반드시 관심을 받을 거라는 기대로요.


저도 순서가 바뀌었지만 책을 쓰는 목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 권씩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책이 100권 팔렸다면, 두 번째 책은 200권, 세 번째 책은 300권 팔렸을 거로 믿습니다. 바위를 뚫는 건 멈추지 않고 떨어지는 물방울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쉼 없이 써낸 글들이 결국에는 독자의 눈을 저에게로 향하게 해줄 거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면 더 불안해질 뿐입니다. 반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 불안으로부터 멀어집니다. 대중의 관심을 한꺼번에 받을 수 없지만,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은 쓸 수 있습니다. 오늘 독자 한 명과 소통했다면 내일 또 다른 한 명과 소통하면 됩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시간 동안 적어도 불안해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매일 글 한 편 써내는 건 얼마든 통제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오늘을 통제할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도 통제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안은 커지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그 순간은 불안이 자리하지 못합니다. 그런 날이 이어지면 분명 미래도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결국 오늘을 잘 살면서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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