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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by 김형준

나뭇가지를 흔드는 건 바람일까요 흔들린다고 느끼는 내 마음일까요?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나를 흔드는 걸까요 그 일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내가 흔들리는 걸까요? 나에게 일어난 일 중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도 있습니다.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남는 건 하나입니다. 일어난 일을 대하는 태도를 정하는 거죠. 인정하고 받아들이든가, 그 반대를 선택하는 거죠. 전자를 선택하면 별일 아니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끊임없이 그 일에 붙잡혀 더 중요한 걸 잃을 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 갇히는 꼴이죠.


누구도 그걸 바라지 않을 겁니다. 쿨하게 털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이렇게 글로 쓰며 고민할 이유도 없습니다. 생각과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죠. 어느 정도 질질 끌려가다가 어느 순간 정신 차립니다. 얼마큼 끌려다닐지는 오롯이 자기에 달렸지요. 이때 다시 제자리를 찾는 걸 우리는 '회복 탄력성'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반응에도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이죠.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떤 반응에도 남들보다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반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이들은 한도 끝도 없이 휘둘리고 말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에게 일어난 일에서 거리를 두는 태도입니다.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거죠. 물론 말처럼 쉬웠다면 스스로 가두거나 그 일로 인해 상처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 못하기에 스스로 단련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그 일이 일어난 원인에만 집중하는 태도입니다. 객관화이죠. 당사자가 아닌 3자 입장으로 그 일을 바라보는 겁니다. 그래야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 감정도 발을 뺄 수 있죠. 우리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힘든 건 감정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객관화를 통해 감정을 분리하면 자기 괴롭힘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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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하게 적었지만, 실상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합니다. 살다 보면 나를 흔드는 일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그때마다 무한정 흔들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럴 때마다 훈련한다는 각오로 스스로 태도를 결정하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우선 감정을 분리시키려면 나를 그 상황에서 떨어뜨려야 합니다. 가령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든지, 산책을 한다든지, 땀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겁니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거죠. 일정 시간 분리되면 감정도 생각도 조금은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하죠. 아마 그때는 처음보다는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발 물러났기 때문이죠.


다른 방법으로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는 거죠. 상대에게 말하면서 점점 그 일에서 분리되는 걸 느낍니다. 굳이 해결책을 얻지 못해도 좋습니다. 그저 말하고 들어주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됐을 테니까요. 마음에 담아두면 곪을 뿐입니다. 젖은 수건은 햇볕에 널어야 마르는 법입니다. 감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죠. 꺼낼 때 둘로 셋으로 나눌 수 있고 그럴수록 더 가벼워질 것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냉철하게 대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정이 다치고 마음이 상처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과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에 기계처럼 판단할 수 없죠. 그렇다고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며 끌려다닐 수 없습니다. 내 감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늘 연습이 필요하죠. 회복 탄력성을 갖기 위해서 말이죠. 나를 흔드는 바람은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 바람을 대하는 태도는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고요. 그래야 이 험한 세상에서 오롯이 나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기를 지키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죠.


우리는 두 가지 울타리를 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에 휘둘리며 자기 비하만 하는 게 하나이고, 나를 흔드는 것들에서 스스로 지키는 울타리가 다른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울타리를 갖고 싶은가요?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평소에도 나에 대해 알아차리는 겁니다. 이때 필요한 게 '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매일은 아니어도 틈틈이 자기에 대해 글로 쓰면 내 마음과 감정을 알아차립니다. 나를 알아차리면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지도 알게 되죠. 저는 그게 자기만의 '회복 탄력성'이라고 정의합니다. 여러분은 회복 탄력성을 갖기 위해 자기만의 방법을 갖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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