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을 쥐는 방법에 따라 공의 구질이 달라집니다.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투수는 타자와 싸움에서 우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팀의 승리와도 직결되죠. 그렇기 때문에 야구공을 쥐는 법은 영업 비밀이나 다름없습니다. 같은 팀 선수끼리도 함부로 알려주지 않죠. 만약에 이 방법을 알려주는 선수가 있다면 그야말로 은혜를 베푸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같은 의미로 구질이 다양하지 않은 선수는 악착같이 배우려는 태도가 성공의 척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배우려고 노력하는 투수에겐 그만큼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경력이 화려한 투수에게도 새로운 구질을 배우려는 갈증이 있기 마련입니다.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하물며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선수라면 그러한 갈증이 더할 것입니다. 기본적인 구질은 코치에게 배울 수 있겠지만, 자기만의 무기가 될 구질을 배우는 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막강한 화력의 무기를 가진 병사가 전장에 살아남을 확률이 높듯 신인 선수에게도 그만한 주 무기가 필요합니다. 고참도 신참도 결국 배우는 자세에 따라 경쟁력이 생깁니다. 배우지 않는 선수는 당연히 뒤처지고, 배우는 선수에게는 나이를 떠나 마운드에 설 기회를 갖게 될 테니까요.
배움은 야구선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배우지 않는 사람은 경쟁에서 뒤처지는 법입니다. 경쟁에서 뒤처질수록 불안도 커지는 법이죠. 바꿔 말하면 꾸준히 배우는 이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그로 인해 불안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단순한 논리를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문제는 알면서도 배우려는 사람이 드물다는 거죠. 자기 분야에서 앞서가는 이는 이런 논리대로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늘 자기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인지하고 이를 끊임없이 채우려는 태도가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직장에 다니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것도 꾸준히 배웠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걸 배우고 익혔기에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배우지 않았을 때는 직장만 다니기에도 버거웠습니다. 마치 직구만 던질 줄 아는 투수와 같았죠. 책은 다양한 구질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각각의 구질을 어떻게 던지는 지도 친절하게 알려줬죠. 저는 배운 대로 하나씩 행동으로 옮긴 것뿐입니다. 어떤 구질은 아무리 던져도 손에 익지 않아 포기했고, 다른 구질은 나름대로 승리를 맛보게 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내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주 무기도 갖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게 평생 써먹을 무기가 되었습니다.
주 무기를 가졌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남들과 차별화를 만드느냐입니다. 그러기 위해 더 배워야 했습니다. 내가 아는 걸 남도 알고 있다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남이 모르는 걸 알 때 경쟁력이 생기고 그러려면 더 많이 배워야 하죠. 그래서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이 어떻게 가르치는도 알아야 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적을 아는 게 먼저이죠. 이 또한 배움의 한 부분입니다. 나보다 앞선 이들에게서는 분명 배울 게 있기 마련이죠. 상대를 직접 찾아 배울 수도 있고, 그들이 쓴 책에서 배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배우겠다면 방법은 얼마든 찾아진다는 거죠.
프로선수에게는 '선수 생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현역에서 물러날 때가 올 수밖에 없죠. 그래도 그중에는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역량을 발휘는 선수도 나이기 마련입니다. 또 다른 배움을 통해서 말이죠. 비단 프로선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직장인에게는 퇴직이 따라옵니다. 퇴직을 끝으로 자기 분야에서 멀어지는 이가 있다면, 끊임없이 배우고 개발하며 나이를 잊고 현역처럼 활동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죠. 이 차이를 만드는 건 당연히 배움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바꿔 말하면 배우는 사람에게 퇴직도 은퇴도 의미 없죠. 그때에 맞게 자기를 최적화시키는 게 배움일 것입니다.
늘 배우는 사람에게는 내일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우면 배울수록 경쟁력이 생기죠. 여기서 말하는 경쟁력은 또래 사이의 경쟁력을 의미합니다. 50대인 내가 20대와 경쟁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50대에도 나만의 주 무기가 있다면 같은 또래에서는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이 또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삶이 던지는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항상 배우려는 자세만 잃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