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도구가 담긴 자전거를 끌고 가는 아주머니가 보입니다. 봉 걸레 세 자루, 빗자루, 쓰레받기 등 얼핏 봐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주변 건물의 공용공간을 청소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문득 전에 읽은 책이 기억납니다. 김예지 작가의 『저 청소일 하는데요?』입니다. 작가는 꿈을 좇던 20대에 현실의 벽과 마주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꿈은 멀어져 갑니다. 현실은 꿈과 반대로 흐릅니다. 좌절이 반복되자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그러다 건물 청소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돕게 됩니다. 잠시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을 4년째 이어왔다고 합니다. 모든 처음이 그렇듯 작가에게도 그때가 힘 들었다고 합니다. 주변에선 젊은데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만류 합니다. 정작 작가는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 만든 편견과의 싸움이 힘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과 타인의 시선이 부딪히며 생각의 틀을 깨갑니다. 어느 순간부터 청소는 자신의 일이 되었고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보상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는 어머니와 동등한 입장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글과 일러스트로 풀어냈습니다. 작가의 글과 그림은 2030세대의 공감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멋지고 당당한 일을 원합니다. 능력을 발휘하는 만큼 인정받길 바랍니다. 인정을 통해 더 나은 곳으로,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세상엔 겉으로 드러나는 멋진 일이 있는 반면 드러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눈에 띄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없어선 안 될 일도 충분히 가치 있을 겁니다. 저는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를 정비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사에 답니다. 단지 주변 도로를 넓히고 인도를 새로 깐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복잡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일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갑니다. 전문 기술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필요한 반면 자재 나르고 주변을 청소하는 이들도 필요 합니다. 각각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이 톱니바퀴 물리듯 돌아가야 완전무결한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힘들고 불편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일도 기꺼이 해내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내 일처럼 해내게 됩니다. 그건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스스로의 자부심일 겁니다. 하나의 완성품 안에 자신의 노력이 들어 있다는 자긍심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일 겁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당을 짓는 현장에 두 명의 벽돌공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신부가 두 명의 벽돌공 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벽돌공 한 명이 답했습니다. “보면 모르겠소. 벽돌을 쌓고 있지 않습니까.” 신부는 같은 질문을 다른 벽돌공에게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역사에 남을 위대한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는 중요합니다. 아무리 별 볼일 없어보여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태도는 곧 자긍심입니다. 성과에만 집착하며 번지르하게 허세만 부리는 이가 있고, 자신의 능력과 역할에 맞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느 한 쪽이 빛나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을 두고 가치를 더해가는 이는 후자 일 겁니다. 어쩌면 그 일을 하면서 남들에게 드러나고 빛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일 자체가 무의미해지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빛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어느 쪽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