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8일 세 번째 글
아내가 집을 비운 삼 일 동안 설거지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고무장갑을 껴서 손에 물이 묻진 않았지만 쓰고 벗고 보통일이 아니다. 설거지 거리 만들지 않으려고 밥 차려 먹는 횟수도 줄였다. 두 딸도 각자 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다. 알아서 끼니를 해결해 그나마 설거지도 줄긴 했다. 그래도 두 딸이 수시로 꺼내 쓰는 컵과 그릇이 틈만 나면 쌓였다.
한소리 할까 싶었다. 물 마신 컵은 바로 씻어 놓으라고 말이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설거지해놓으면 알아서 정리하겠거니 싶어서 잔소리하지 않았다. '네가 꺼내 놓으면 아빠가 다시 씻어 놓으마'이런 식이었다. 물론 아직 설거지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배울 마음이 없으니 가르칠 때도 아니다. 엄마 아빠가 설거지하는 걸 보고 언젠가 할 때가 오겠거니 싶다.
삼 일 동안 설거지 한 기억뿐이다. 맞다, 세탁기도 세 번이나 돌렸다. 빨래도 두 번이나 개켰다. 청소기도 한 번 돌리고 분리수거도 했다. 밖으로 도는 게 익숙한 나 대신 집에 있는 게 좋은 아내가 다 했었던 일들이다. 삼일 동안 혼자 해보니 둘이 하는 게 훨씬 낫다. 앞으로 내 몫은 꼭 해야겠다.
살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또 누가 누구를 돕는 것도 아니고. 살림은 둘이 아니 가족이 함께 하는 게 맞다. 자식도 크면 제 몫을 하게끔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독립할 수 있을 테니까. 부모 품에 있을 때 해봐야 혼자서도 잘하게 되겠지. 또 가족을 꾸렸을 때 함께 하는 게 익숙할 테다.
연휴를 마무리 짓는 저녁밥이 남았다. 메뉴는 정하지 않았다. 아마 냉장고 남은 반찬과 75시간 밥솥을 지킨 밥을 먹어 치울 것 같다. 아니면 비빔면이나 자장면을 끓여 밥과 같이 먹을 수도 있고. 무엇을 먹든 마지막까지 내 몫일 테다. 아내의 삼 일간 여행 여흥을 마저 즐기게 두는 것 또한 내 몫일 테니까. 밥 차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