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답이 없는 반찬 고민

2025년 6월 9일 세 번째 글

by 김형준


해가 저물어 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고민이 시작됩니다. 반찬 걱정입니다. 새로울 게 없는 걸 알지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반찬 고민입니다. 저야 아내가 차려 주면 군소리 안 하고 먹는 편입니다. 고민의 무게를 짐작하기 때문이죠.


매주 월요일 옆 단지에 즉석으로 돈가스를 튀겨주는 이동식 매장이 찾아옵니다. 아내가 8시쯤 도착해 가면 재료 소진으로 사지 못했던 게 몇 번 있었습니다. 요즘 퇴근시간이 자유로운 저는 월요일마다 같은 자리에서 영업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그 앞을 지날 때면 늘 고민했었습니다. 사갈까 말까를 요. 아내는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었고, 저는 살 수 있는데도 무심한 탓에 사지 않았습니다. 돈가스 몇 덩어리만 있어도 저녁 밥상이 제법 풍성해지는 데 말이죠. 무엇보다 아내의 반찬 고민을 덜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이동식 매장이 차려졌고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사람 심리 참 단순합니다. 누군가 먼저 계산하고 있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기어코 오늘은 사 가리라 다짐했죠. 주문을 넣고 아내에게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아내가 어깨춤추며 하트까지 날립니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저절로 살림에 관심을 갖게 되는 요즘입니다. 밥이 부족하면 쌀을 씻어 놓고, 세탁기에 다 돌아간 빨래가 있으면 널고, 먹고 나온 그릇이 보이면 설거지하죠. 내가 안 하면 아내가 해야 할 겁니다. 그것들 하는 데 고작 몇 분 걸릴 뿐이죠. 해놓고 나면 제가 더 홀가분합니다.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직장에 다닐 때보다 조금 더 관심 가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치워 버리면 그만큼 쉴 수 있는 시간도 늘 테니까요. 몸이 편해지면 마음에 여유도 생기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반찬도 다채로워질 거로 짐작합니다. 먹고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니까요.


모처럼 반찬 걱정 없이 저녁밥을 먹겠습니다. 9시 넘어 귀가하는 두 딸 저녁 반찬도 돈가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12,000원짜리 등심, 치즈 돈가스 4장으로 네 식구 저녁 한 끼 해결합니다. 오늘은 고민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다시 해가 뜨면 똑같이 반복될 반찬 걱정은 내일 하기로 하겠습니다. 반찬은 미리 고민한 들 뾰족한 답이 없으니 내일 고민은 내일 하는 걸로. 오늘은 오늘 밥상에 집중하는 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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