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꿈은 느리게 이루어진다

2025년 6월 14일 두 번째 글

by 김형준



꿈은 분명하지 않지만 하고 싶은 게 많은 둘째. 3주 전 청소년 수련관에서 주최하는 버스킹에 댄스팀으로 출전 신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준비 기간 동안 팀을 이룬 친구들과 함을 맞추기 위해 연습실도 알아서 빌렸습니다. 안무도 짜고 음악도 편곡했답니다. 태권도 끝나고 집에 오면 9시, 밥 먹고 방에 들어가 개인 연습을 매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학교, 학원, 태권도까지, 힘들 법도 한데 어디서 에너지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버스킹 전날에도 태권도 끝나고 1시간 동안 마지막 연습을 했습니다. 합이 잘 맞지 않는지 투덜댑니다.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쩌냐며 걱정합니다. 실전에서 잘하면 된다고 응원했습니다. 연습한 건 어디 가지 않을 테니까요. 아마 걱정을 다르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팀으로 버스킹에 나가는 건 생전 처음일 테니까요.


공연은 3시인데 리허설 때문에 12시에 나갔습니다. 무대가 만들어진 수련관에서 리허설해보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둘째가 공연을 보러 와달라고 부탁해 아내와 같습니다. 작은 무대 주변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둘러앉았습니다. 저희 부부도 멀찍이 자리해 순서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속으로 실수만 하지 않길 바라면서요.


준비한 춤은 2분짜리였습니다. 연습을 제법 했는지 합이 잘 맞았습니다. 다행히 실수 없이 끝마쳤습니다. 네 아이도 서로 만족해하는 눈치입니다. 제가 봐도 시작부터 끝까지 매끄럽게 이어졌습니다. 또 엔딩 포즈까지 누구도 실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한 번에 무대에서 잘 보였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해보고 싶은 걸 찾았습니다. 절실하게 하고 싶은 꿈은 아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근사해 보여 선택했을 뿐입니다. 저와 달리 둘째는 하고 싶은 게 분명합니다. 태권도, 춤, 노래, 그림 등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또 그것들을 잘하기 위해 꾸준히 틈틈이 연습하고 실력을 키웁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이죠. 해보고 싶은 게 분명하고 잘하려는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공부보다 하고 싶은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은 걸 보면 말이죠.


아내와 저는 둘째에게 똑같은 마음입니다. 나중에 뭘 해도 잘할 거라고요. 선명한 꿈은 아직 없지만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될 때까지 노력하는 모습에서 짐작케 합니다. 아직 13살이라 꿈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더 중요한 건 해보고 싶은 걸 해내는 노력입니다. 해보지 않고 포기했었던 과거의 저와는 정반대입니다. 아마 이대로 성장해 준다면 때가 되면 하고 싶은 것도 선명해질 것입니다. 하지 않아서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보다 해보고서 잘할 수 있는 걸 찾아가는 건 분명 다릅니다. 선택지를 하나씩 지우며 자기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걸 찾아가겠죠. 에디슨이 말한 실패가 아니라 잘못된 방법 1만 번을 찾은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중년에도 꿈을 찾지 못한 이들이 많습니다. 아니 꿈을 양보해야 했던 이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누구나 하고 싶은 게 있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겠죠. 눈치 봐야 했고, 순위에 밀리고, 알아서 포기해야 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꿈에 대한 열정이 식지는 않습니다. 때를 기다릴 뿐이죠. 품은 꿈을 더 늦기 전에 슬며시 끄집어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해볼 수 있는 걸 시도해 보는 거죠. 그런 시도 자체만으로 삶이 더 충만해질 거로 믿습니다. 현실은 팍팍하지만 꿈을 좇는 노력이 더 젊고 활기차게 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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