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WITH WHY> 사이먼 시넥
일이 좋아지는 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작할 때는 무작정 좋습니다. 해보지 않은 일,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랄까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넘칩니다. 또 배우는 과정으로 인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죠. 이때는 이 일이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연애 초기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가 주는 설렘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1년, 3년, 5년 시간이 지나 이 일에 익숙해지고 원숙 미도 생깁니다. 몸담고 있는 곳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충 보이죠. 처음 끓어오른 열정 대신 사명감 같은 게 더 강해지는 때입니다. 연애로 치면 서로에게 익숙해진 단계이죠.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그런 상태이죠.
문제는 이때 위기가 찾아옵니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는 기대할 게 없어지죠. 기대할 게 없는 사이에서 남는 건 권태뿐입니다. 대개는 관계의 편안함 때문에 다음 단계로 결혼을 선택하고, 마치 다음 단계 미션을 수행하듯 새로운 출발을 맞습니다. 일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지 못하면 일이 주는 권태로움에 빠지고 말죠. 이 일이 나와 맞는지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기껏 찾아 여태 노력해 온 게 허사가 될 수도 있죠.
시작할 때 열정은 왜 시간이 갈수록 사그라드는 걸까요? 일에 대한 회의와 관계의 권태는 왜 찾아올까요? 처음 가졌던 '왜'에 대한 답이 희미해지기 때문입니다.
8년 전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왜' 읽어야 하는지 답이 없었습니다. 사는 게 막막했던 그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책이나 읽자는 심정이었죠. 읽는다고 당장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수개월 읽고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가요. 나에 대해 궁금해지는 게 일종의 '왜'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해 변화하고 성장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을 테니까요.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처음의 막막함은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죠.
읽은 책이 쌓이고 쓴 글이 많아지면서 다른 기대도 생겼습니다. 가망 없어 보이던 나도 읽고 쓰기를 통해 달라졌는데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되었죠.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쯤 제가 찾은 '왜'였죠.
직장에 다니면서 책을 쓰고 강의하고 사람을 만났던 것도 '왜'에 대한 답이 분명해서였습니다. 퇴직을 결심한 것도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막상 퇴직하고 내 시간이 많아지니 생각도 많아졌습니다. 직장인일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8년 전도 지금도 매일 반복하는 건 변함없는 데 왜 생각만큼 즐겁지 못한 지 말이죠.
상황이 바뀌고 환경이 변했으면 '왜'도 달라져야 합니다. 직장에 다니는 조건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면, 퇴직 후 지금 조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또한 달라져합니다. 다르게 접근하려면 생각부터 변해야 하고요. 바꿔 말해 나를 다시 정의하는 겁니다. 나를 어떤 사람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금 열정에도 불을 붙일 수 있을 거로 기대합니다.
사람이 어느 한순간에 머물러 산다면 변화도 열정도 생기지 않을 겁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매 순간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존재입니다.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만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 지도 선택할 수 있을 테고요. 어떤 삶을 선택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결국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일 것입니다.
요즘 사는 게 재미없고 막막한가요?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제까지 나를 움직여 온 '왜'는 무엇이었나? 지금은 왜 그때처럼 살지 못하나? 지금 나에게 필요한 '왜'는 무엇인가? 그 물음들에 하나씩 답을 찾다 보면 다시 새로운 '왜'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