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이 나를 잡아먹었다. (1)

[자존감]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by 김형준

내 자신이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니던 직장에서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자신과, 불만만 쌓이던 직장생활이 모두 내 탓이라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선택을 잘못 해 이 지경에 이렀다고 자책했습니다. 나이 먹고 직급이 올라가도 하는 일은 늘 똑같았습니다. 기술자라는 자부심보다 허드렛일만 하고 있다고 자책했습니다. 일에서 자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탁월한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회사 이익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의 성과가 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땐 돌파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10여년 넘게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지만 늘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런 선택을 했던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상황을 개선해 보겠다는 노력은 시작만 있을 뿐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여러 방면의 자기계발을 해 봤지만 시작으로 그친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때는 나에 대한 이해가 없었습니다. 왜 그런 잘못 된 선택을 반복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작은 낮은 자존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 설 준비를 한 게 서른 살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 경험과, 대학 졸업장도 없었습니다. 스스로 20대를 허송세월로 보냈다고 자책했습니다. 이력서에 쓸 제대로 된 기술도 학력도 없다고 생각하니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습니다. 친구가 근무하는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을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는 대리였습니다. 5년 정도 먼저 앞서 가고 있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이것저것 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잘 못하는 게 당연했을 겁니다. 그 친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친구와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가르쳐 주는 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런 마음 탓에 관리자 역할을 배우기보다 몸으로 때우는 게 편해졌습니다. 현장 안에서 허드렛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는 이런 저를 보고 답답했는지 쓴 소리도 서슴없이 했지만 적당한 핑계로 상황을 무마하고 말았습니다. 그땐 그 상황이 저의 열등감 때문이란 걸 몰랐습니다. 몇 달을 함께 일하고 마지막으로 그 친구가 물었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입사할 마음이 있으면 다른 현장으로 추천해 주겠다는 거였습니다. 거절했습니다. 이미 열등감이 자리해 같은 회사에 있으면 늘 그 친구와 비교하고 비교 당할 것 같은 미련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정말 미련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친구의 호의를 거절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때마침 지인이 소개 해준 현장은 전공과 반대의 일이었습니다. 고민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먹고 살아야 할 현실 문제를 외면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여유를 부릴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과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처럼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곤 합니다. 서른에 신입이 되니 스스로 움츠려 들었습니다. 경력 많은 동생들 틈에서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는 게 없는 데 나잇값만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였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부족한 걸 인정하고 하나씩 배우려 했다면 덜 부담일 수 있었을 겁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 탓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긋난 시작 탓에 그 뒤로 다니게 된 여러 직장은 늘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전공과 별개의 업무를 뒤 늦게 시작한 탓에 구직 시장에선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항상 제가 원하는 곳 보다 눈을 낮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받아준 회사는 감지덕지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나는 별로구나’ 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정관념이 결국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나를 옭아매고 있던 자존감으로부터 이제는 제법 자유로워졌습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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