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찾고 나를 찾았다.(2)

[자존감] 하루 한 페이지 나를 돌아보는 글

by 김형준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그래 맞아. 나 이런 사람이었지’, ‘내게 이런 것들이 중요했지’ 하는 등등 묘한 자부심을 얻고 스스로를 더 존중하게 된다.”

“나 같은 건 쓸모없다고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나를 충분히 알게 될 기회를, 실은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되는 순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내 마음을 부탁해』 박진영


서른 살, 불안정하게 시작된 사회생활 내내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재취업을 위해 수시로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취업을 목적으로 경력에 색을 입히고, 사회생활에 적합한 성격으로 포장하며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기회를 갖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학력과 경력이 상반되는 저 같은 사람은 다시 일 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늘 따라 다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제 자신을 포장해야 했습니다. 적어도 이런 장점은 있다고 부각시켜야 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경력 한 줄이라도 채워야 그나마 봐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30대 까지는 운 좋게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40대가 되면서 자신감은 더 떨어졌습니다. 고용시장에선 나이로 인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직장에서도 오래 버티는 게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일에 대한 적성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적성 보다 해왔던 일을 하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깊이 배우고자 하는 열의도 없었습니다. 일을 하며 주워들은 게 전부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한심한 자세였습니다. 핸디캡을 극복할 방법은 시도하지도 않고 부족한대로 만족하며 살았기에 더 나은 모습을 만들어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 확인’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떠올려 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과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가? 성장, 성공, 배려, 행복 등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 적어보는 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성장은?, 내가 생각하는 배려란? 나는 어떤 성공을 꿈꾸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행복해지는가? 삶은 수많은 질문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질문과 마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나를 불편하게 만들 것 같은 질문을 외면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질문과 마주할 마음의 여유와 용기가 없었습니다. 질문에 답을 찾는 건 그동안 걸어온 궤도에서 벗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안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불안과 마주하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지 알아야 불안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내 의지대신 현실에 순응했던 서른 살의 시작, 학력과 경력의 괴리감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나, 나이 들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실의 두려움, 은퇴 이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 불안이 나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의미’ 찾아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불안을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선택이 만족스러울 수 없습니다.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기회를 잃는 게 더 큰 손실일 겁니다. 선택은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시작일 뿐입니다.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는 건 원하는 결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데 있을 겁니다. 현실에 순응했던 시작일지라도 과정을 즐길 수 있으면 잘못 된 선택이라 할 수 없을 겁니다. 비록 지금까지의 과정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목적지에 닿은 건 아닙니다. 은퇴가 불안했던 것도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던 막연함이 있어서 그랬을 겁니다. 고용시장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자연히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십 수 년 째 같은 일을 하며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이전의 나와는 다른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 자신이 좋습니다. 내 삶의 중요한 ‘의미’를 찾으면서 바닥을 치던 자존감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자존감은 어느 날 가만히 앉아서 잠깐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해서 어느 순간 쑥 올라가는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아는 일은 매일 매일의 느낌과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두어야 한다.”

『내 마음을 부탁해』 박진영


나를 덮고 있는 불안은 이렇게 매일 글을 쓰면서 조금씩 걷어내고 있습니다. 걷어 낼수록 미처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불안해하던 제 자신도 있었고,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아등바등 대던 나도 있었고, 더 나은 직장을 갖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제 모습을 하나씩 글로 옮겨보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매일 나를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느낌과 경험을 쌓으면서 이전의 나와 분리시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그려갈 나 자신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고 싶습니다. 매일이 다르듯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내 자신을 더 아끼고 존중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겁니다. (자)스스로를 (존)존중하는 (감)느낌(내 마음을 부탁해 중)을 유지하고 지켜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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