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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맞게 맞깔나는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조승리 작가

by 김형준


'본다'라는 행위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눈으로 보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사회에서 그렇게 배웠습니다.


'본다'는 귀로 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손과 귀가 눈 역할을 해 주니까요. 그들에게는 그게 더 익숙할 수 있겠죠.


우리는 보통 나와 다르기 때문에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가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막연하게 불편할 것 같다 여기는 거죠. 상대방은 저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들에게는 귀와 손으로 보는 게 익숙해졌을 테니까요.


이 책은 저의 편견을 깨줬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눈이 아닌 귀와 손으로 세상을 보는 데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걸요. 조승리 작가는 귀와 손으로 보는 행위를 마치 눈으로 보고 있는 듯하게 글로 풀어냈습니다. 그런 내용을 읽으며 한 방 맞은 거죠. 시각장애인이 쓴 글이라고 해서 보는 행위를 눈에만 한정 지어 표현할 이유 없다는 겁니다. 그녀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녀에게 손과 귀가 세상을 보는 행위라는 것을요.


사람과 가까워지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자기를 드러내는 겁니다.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거고요. 그 벽을 없애면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글이 장벽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쓸 수 있으면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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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스스로 뿌듯했습니다. 조승리 작가와 한 뼘 더 가까워졌다고 말이죠. 그녀는 모르겠지만 저는 괜히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덤덤하게 풀어낸 자기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먼저 다가와 주는 데 물러날 이유 없겠죠. 그녀가 용기 내 준 덕분에 저 또한 한 발 더 다가섰고 팬이 되었습니다. 저의 추천을 받고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도 기꺼이 그녀의 팬이 되었죠.


한편으로 질투 났습니다. 어쩜 이리 글을 잘 쓰는가 싶어서요. 답은 독서와 꾸준한 글쓰기라고 그녀의 삶이 말해줬습니다. 저 또한 읽고 쓰기를 꾸준히 하면 조승리 작가처럼 쓸 수 있을 거로 믿습니다. 덧붙여 저를 더 드러내야겠습니다. 제가 먼저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거죠. 먼저 내민 손잡아 줄 독자 더 있겠죠.


어떤 내용에서는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글에서는 그녀의 처지에 속이 탔습니다. 또 다른 글에서는 괜히 애먼 눈만 깜빡이며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종합해 보면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을 이 책이 경험하게 했습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세이 한 편을 읽고 나면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글에 마음이 움직이는 거죠.


혹시 삶이 못마땅하신가요? 되는 일이 없다고 불평 중인가요? 어느 누구에게도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다 저마다 힘든 사정이 있기 마련이죠. 문제를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 태도입니다. 성인군자가 되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저 지금 못마땅한 걸 보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는 거죠. 생각을 1도만 틀어도 시간이 지나면 인생은 수십 도 틀어질 것입니다. 더 좋은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죠.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 같은 책을 찾으시나요? 갈증을 잊게 해 줄 밭 빙수 같은 책을 원하시나요? 무엇을 원하든 이 책에서 다 얻을 수 있습니다. 더위로 짜증 나는 요즘 돈 들여 피서 가기보다 시원한 곳에서 책 읽는 게 더 알뜰한 피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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